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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조기 태우면 시민권 박탈·징역”…트럼프 트윗 한줄에 美 ‘부글부글’
“수정헌법 위배” 비판에 공화당서도 반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40자 트윗 하나로 미국의 수정헌법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미국 국기인 성조기를 태울 경우 관련자를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이는 표현의 자유와 포용이라는 미국의 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성조기 훼손을 둘러싼 애국과 표현의 자유라는 미국 사회의 해묵은 논쟁도 다시 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29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누구한테도 미국 국기를 불태우는 것이 용납돼서는 안 된다. 불태울 경우 대가를 치러야 한다. 아마도 시민권 박탈이나 징역형”이라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 당선인의 대변인 제이슨 밀러도 CNN 방송의 ‘뉴데이’에 출연해 “성조기를 불태우는 것은 완전히 비열하고 터무니없는 행위”라면서 “대다수 국민이 내 말에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행위는 불법으로 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왜 뜬금없이 성조기 훼손과 관련한 글을 올렸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일각에선 대선 이후 미 전역에서 벌어진 ‘반(反) 트럼프’ 시위대의 잇따른 성조기 훼손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CNN방송과 폭스 뉴스 등에 따르면 대선 직후 트럼프 당선인을 반대하는 시위가 한창이던 지난 12일 조지아 주(州) 의사당 근처에서 불에 탄 성조기가 발견됐다. 또 매사추세츠 주에 있는 햄프셔 칼리지는 대선 직후 성조기 방화 사건이 발생하자 교내에서 성조기 게양을 전면 금지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으로 미국 사회는 당장 깊은 논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특히 국기방화범을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은 수정헌법 1조(표현의 자유)와 수정헌법 14조(시민권 부여)를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사설에서 “140자 트윗 하나로 수정헌법 2개조를 한꺼번에 위배하기란 쉽지 않다”면서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그렇게 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트럼프 당선인이 이들 수정헌법의 개정을 제안한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친정’인 공화당 지도부도 즉각 반대하고 나섰다. 미치 매코널(켄터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그런 행위는 수정헌법 1조 상의 보호된 권리라는 점을 대법원이 분명히 판결한 바 있다. 이 나라는 비록 유쾌하지 않은 표현이라도 보호하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며 트럼프와 대립각을 세웠다.

케빈 매카시(캘리포니아)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도 MSNBC 방송 인터뷰에서 “내 지역에서는 국기를 존중하지만, 누군가 수정헌법 1조의 권리를 보여주길 원한다면 우리는 그 권리를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화당 출신으로 이번 대선에 무소속으로 나섰던 에반 맥멀린은 “우리 헌법은 그런 표현의 권리를 보호하지만, 그것을 위반하는 대통령을 탄핵으로부터 보호하지는 않는다”며 탄핵이라는 단어까지 언급한 뒤 모든 미국인이 트럼프 당선인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성조기 훼손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연방대법원은 1989년 성조기 훼손을 불법으로 규정한 국기보호에 관한 연방법과 48개주의 법률이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에 위배된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또 2006년까지 과거 7차례나 성조기 훼손자 처벌에 관한 헌법 개정안이 발의돼 하원 문턱을 넘기도 했으나, 상원에서 번번히 부결됐다.

이수민 기자/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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