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OPEC 총회 D-1] 저유가 ‘뉴노멀’ 시대…감산 합의해도 유가상승 제한적
이라크·이란·사우디 등 감축 꺼려
전문가들 감산 최종 합의에 회의적
“실패땐 유가 40弗이하 추락”전망도

OPEC 강제력 없고 영향력 줄어
최종 합의해도 이행여부 물음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산유량 감산을 위한 정례회의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OPEC이 감산 최종 합의에 이를 수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합의가 도출되더라도 유가 상승의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OPEC 합의와 무관하게 저유가는 글로벌 경제에 ‘뉴 노멀(new normal)’이 됐다는 것이다.

OPEC은 30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정례회의를 갖고 지난 9월 잠정 합의한 감산안의 최종 실행 여부 및 감산 규모를 논의할 예정이다. OPEC은 당시 원유 생산량을 하루 평균 3360만 배럴에서 3250만~3300만 배럴로 줄이기로 한 바 있다. 이 합의 이후 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해 유가가 배럴 당 50달러 안팎으로 형성됐다.

28일에도 국제유가는 감산에 대한 기대가 살아나면서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내년 1월 인도분은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보다 1.02달러(2.2%) 오른 배럴 당 47.0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들은 감산 합의 가능성에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투자자문사 오펜하이머앤코의 파델 게이트 석유ㆍ가스연구 이사는 OPEC이 합의에 실패할 것이며, 이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 당 40달러 이하로 추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RBC캐피털마켓츠도 같은 전망을 내놓았다.

주요 OPEC 회원국들이 감축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OPEC 내 2위 산유국인 이라크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IS의 석유생산 방해 문제를 해소하려 하고 있으며, IS와의 전쟁 자금 마련을 위해서라도 산유량을 줄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3위 산유국인 이란은 글로벌 경제 제재 이전 수준으로 산유량 회복을 바라고 있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혼자만 고통을 감내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른 회원국들은 이미 산유량이 많이 줄어든 상태여서 감산 여지가 크지 않다. 리비아는 지난 10월 하루 산유량을 50만 배럴 이상으로 늘리기는 했지만, 아랍의 봄이 있기 전인 2010년 6월의 160만 배럴에 비하면 ⅓ 수준에 불과하다. 나이지리아도 최대생산치보다 한참 못미치는 양을 생산하고 있다.

물론 합의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전문가들도 있다. 헬리마 크로프트 RBC캐피털 원자재전략부문 이사는 80~110만 배럴 감축 합의 가능성이 50%, 50~70만 배럴 감축 합의 가능성이 30%라고 전망하며 그 이유로 “OPEC은 합의 실패로 인한 위험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최대 원유거래업체인 군보르 그룹의 토르비요른 토른키스트 최고경영자(CEO) 역시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합의 없이 해산한다면 시장은 배럴 당 10 달러 또는 그 이하로 벌을 줄 것”이라며 합의 타결을 전망했다.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OPEC 회원국들이 합의 사항을 이행할 것인지에 대해 물음표가 따라붙기 때문이다. OPEC은 회원국들의 산유량을 강제할 힘이 없다. 게이트 오펜하이머앤코 이사는 “누가 리비아의 유전을 감독할 것인가. 총맞아 죽을 수 있기 때문에 누구도 자원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국제 원유 가격 결정 구조에서 OPEC의 영향력이 많이 낮아졌다는 점이다. IEA(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10월 세계 석유공급량 9780만 배럴 가운데 러시아ㆍ브라질 등 비OPEC 국가들의 산유량은 5704만 배럴을 차지한다. OPEC 회원국들의 산유량(3383만 배럴)의 1.5배 이상이다. 비OPEC 국가들은 OPEC의 합의에 동참하지 않은 채, OPEC 합의로 인한 과실만 취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셰일가스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셰일업체들은 유가 전쟁을 치르는 동안 시추 기술 발전 등에 힘입어 가격경쟁력과 생산효율성을 높여왔다. 게다가 미국의 차기 백악관 주인이 될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는 감세와 규제완화 등으로 미국 내 화석에너지 개발 및 생산을 확대하고, 이로써 에너지 독립을 이루는 한편 일자리도 늘리겠다고 공약한 상태다.

이에 크로프트 RBC 이사는 OPEC이 대규모 감축을 합의할 경우 유가가 배럴 당 55 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