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슈섹션] 40년간 박근혜 대통령의 몸과 마음을 지배해온 최태민 일가가 각종 이권에 깊숙히 개입하면서 박 대통령 주변은 ‘피바람’이 잦아들지 않았다. 살인과 자살, 폭력, 협박 등 느와르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일들이 박 대통령에게는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은 친인척보다 최태민 일가를 더 믿고 의지하다 결국 ‘국정농단 피의자’로 묶여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 대통령과 연관된 강력 범죄의 중심에는 ‘육영재단’(자산 약 3조원)이 있다. 육영재단은 박 대통령의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이름을 따 만든 어린이복지단체로, 박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하기 전 이사장으로 재직했다. 육영재단에는 최태민 씨도 있었다.
사실상 최 씨에게 재단 경영을 맡긴 박 대통령은 1990년 말 방만 경영, 최 씨의 전횡 등을 이유로 사퇴 압박을 받자 같은 해 12월 여동생 근령 씨에게 이사장 자리를 물려주고 나왔다. 당시 최 씨는 측근들을 동원해 박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ㆍ감시했고 각종 이권사업에도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는 1996년 사망했다. 이후 박 대통령은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 있다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고, 최 씨의 딸 최순실 씨와 그의 남편 정윤회 씨가 박 대통령을 그림자 보좌하기 시작했다. 문고리 3인방 등 국정농단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는 최측근들도 이 쯤부터 등장했다.
육영재단은 2007년 11월 또다시 부실 경영 논란에 휩싸였고 당시 이사장으로 있던 근령 씨와 약혼자 신동욱(감사실장) 씨가 축출됐다. 이 과정에서 근령 씨는 ‘육영재단 강탈 배후설’을 제기했고, 언니 박 대통령과 동생 지만 씨의 측근들을 지목했다. 육영재단 고소ㆍ고발건에 피의자만 20명이 넘는 등 수사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5촌 조카 연쇄 살인 자살 사건
결국 2011년 피바람이 불었다. 박 대통령의 5촌 조카 두 명이 칼부림 끝에 목숨을 잃은 것이다. 5촌 조카 박모(52) 씨는 2011년 9월6일 오전 서울 우이동 북한산 주차장에서 사촌동생인 박모(50ㆍ박 대통령 5촌) 씨를 흉기와 둔기로 수차례 찔러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사건은 아직도 미스터리다. 가장 사이가 좋았던 조카지간의 살인과 자살이란 상황도 그렇거니와 자살하려는 사람으로서 취할 리 없는 행적 등 납득하기 어려운 정황이 제대로 파헤쳐지지 않고 묻혔다.
사촌동생 박 씨는 2007년 11월 육영재단 폭력사건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졌다. 지만 씨가 배후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신동욱 마약 누명 및 살해 의혹 사건
근령 씨의 14살 연하 남편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2009년 박 대통령의 묵인 하에 지만 씨가 육영재단을 강제로 빼앗고 자신을 중국으로 납치해 살해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살해 당한 박 대통령의 5촌 조카 박 씨가 당시 대선후보였던 박 대통령의 심부름을 위해 중국에 가자고 제안해 칭다오로 갔다 술집에서 환각제를 먹이고 죽이려고 했다는 것이다.
박 씨는 법정에서 지만 씨의 측근인 정모 씨의 지시를 받고 신 총재를 중국에서 살해하려고 했다고 증언했다. 지만 씨가 사실상 청부 살해했다는 것이다. 신 총재는 그러나 명예훼손과 무고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죽음을 부른 `정윤회 문건' 사건 이번에는 자살 사건이 발생한다. 2014년 12월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 의혹이 담긴 ‘정윤회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의심받던 최모(45) 서울지방경찰청 경위다.
최 경위의 형은 동생이 자살할 리 없다고 했다. 그는 “(동생이) 이 정부 임기가 2년만 안 남았어도 끝까지 싸운다(고 했다)”면서 “근데 ‘(임기가) 너무 길어 희망이 없다. 싸워서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에 연루된 박관천 전 경정은 당시 언론인터뷰에서 “대한민국 권력서열 1위는 최순실, 2위는 정윤회, 3위가 박 대통령”이라고 말하며 비선들의 국정농단을 암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