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특검출범 120일간 활동
30일 국조 재계총수 증인석에
기업 사장단 인사등 올스톱
신뢰성타격 불확실경영 걱정
‘대한민국호’의 앞날을 결정할 ‘격랑의 한주’가 시작되면서 재계가 초긴장상태에 돌입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이번주 발의되고 이르면 2일 국회에서 의결되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다. 야당이 29일 특검 후보자 2명을 추천하게 되고,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면 최장 120일간 특검이 진행된다. 국정조사도 30일 기관 대상의 보고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가는 가운데 다음달 6일 재계총수 9명이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증인으로 서는 사상초유의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관련기사 2·3·4·5·6·11면
‘최순실 게이트’가 없었다면 재계는 연말 인사와 함께 내년도 사업계획 마무리로 분주한 때다. 하지만 탄핵,국조,특검 등 3각파도가 몰아치고 있고, 검찰이 하루가 멀다하고 기업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재계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사실상 ‘올스톱’된 상황이다. 여기에 정치권의 법인세 인상논의에 촛불집회에서 반기업 정서까지 확산되면서 재계는 말 그대로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다음 달로 예정됐던 각 그룹의 사장단 인사의 연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통상 12월 중순에 있던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는 최근 그룹 고위 경영진에 대한 연이은 검찰 수사와 이재용 부회장의 국회 청문회 출석 일정 등을 감안하면 내년 초까지 미뤄질 수 있다는게 재계의 관측이다. 이달 말 예정됐던 삼성전자의 이사회도 마찬가지다. 그룹 및 전자 관계자들은 “이사회 일정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며 “현 상황에서 삼성전자 뿐 아니라 그룹 차원의 지배구조와 관련된 사안을 쉽게 확정짓기 쉽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따라 당초 이달 중으로 예고했던 엘리엇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회신도 불가피하게 늦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다른 그룹 및 기업들의 풍경도 마찬가지다. 역시 회장의 국회 출석이 예고된 LG그룹과 현대기아차그룹 등의 연말 사장단 인사는 예년보다 늦어지고 있다. 면세점 인허가 의혹 등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반복적으로 받고 있는 롯데그룹도 아직 사장단 인사에 대한 일정조차 잡지 못한 상황이다. 일단 눈 앞에 놓인 수사 및 정치 공세와 의혹 해명이 먼저라는 의미다. 국정조사 증인에 빠져있던 황창규 KT 회장과 권오준 포스코 회장도 추가로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정치권에서 언급되고 있다. 이와 관련, 야권의 특위 관계자는 “증인은 꼭 피의자만 채택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황 회장이 안 전 수석의 전화를 받고 해당 인사를 임명한 것 자체를 범죄 행위로 보기는 어렵지만 전후 정황을 들어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권 회장의 경우 선임 당시 최순실 개입 여부 논란으로 검찰 참고인 조사까지 받은 만큼 증인으로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모 그룹 관계자는 “매년 인사를 앞둔 지금 시점에서 돌던 인사 하마평조차 이번에는 듣기 어려운 판”이라며 “현재의 비상상황을 감안하면 그나마 인사폭도 제한된 수준에 그칠 가능성도 높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 같은 국내 환경의 불확실성이 6일 재계 총수들에 대한 국회 청문회 이후에도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국회에서 이르면 이번 주중으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처리를 예고한 가운데, 그 결과에 따라 기업들의 경영 환경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법인세 인상 논란은 이런 불확실성의 대표적인 예다. 최순실 사태와 직접 연관이 없는 안건임에도 정치적 주도권 변화와 맞물려 경영에 민감한 사안인 세율 인상이 갑작스럽게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전경련 등 경제 단체들이 나서 “법인세 인상시 심각한 경기 하방 압력이 예상된다”며 만류하고 있지만, 쇠 귀에 경읽기일 뿐이다. 반면 단통법 등 재계가 요구하고 있는 반 시장 법안이나 규제 폐지는 탄핵 현안에 밀려 말 조차 꺼내기 힘든 분위기다. 여기에 해명과 적극적인 수사 협조를 무색하게 하는 재탕 삼탕까지 반복되는 루머성 의혹양산과 이에 편승해 다시 쏟아지는 반기업 정서까지 기업들에게는 고난의 연속 그 자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검찰의 수사, 국회 청문회 등은 계속될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도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대통령 탄핵과 특검, 그리고 조기 대선 국면까지 정치가 경제 현안을 잡아먹는 불확실한 환경이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게 더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최상현ㆍ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