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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ㆍ3 대책’으로 달라진 견본주택…짧아진 대기줄, 뜸해진 떴다방
-5년 내 재당첨 불가능해 신중해진 실수요자

-내집마련 신청으로 몰린 가수요자

-새로운 청약요건 숙지 못해 부적격자 급증 예상


[헤럴드경제=한지숙ㆍ박준규 기자]‘11ㆍ3 대책’ 이후 서울 견본주택 현장의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1시간 이상 기다리던 대기 줄이 사라지고,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 간이부스들이 자취를 감췄다. 투자수요가 꺾이고 실수요자로 재편하고 있는 징후라고 분양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분양시장이 가수요에서 실수요자로 재편 중이다. 지난 주말 서울 견본주택은 발디딜 곳 없던 이전과 달리 비교적 차분하고 한산했다.[사진제공 =대림산업]

2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보증 심사를 중단했다가 지난 15일 이후 재개한 탓에 지난 주말 전국 30여곳이 한꺼번에 분양에 돌입했다. 청약 조정 대상 지역인 서울에서도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관악구 봉천동), 신촌그랑자이(마포구 대흥동), 연희 파크 푸르지오(서대문구 연희동), 래미안 아트리치(성북구 석관동), 잠실 올림픽 아이파크(송파구 풍납2동), 목동파크자이(양천구 신정동), 경희궁 롯데캐슬(종로구 무악동) 등 7개 단지가 지난 25일 동시에 견본주택을 열었다.

서울에선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촛불 집회, 집객 수 분산 탓도 있지만, 그보다 1순위 청약요건이 강화되는 등 규제로 인해 부동산 수요 심리가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번 주부터 청약 조정 대상 지역에선 ‘과거 5년 내 당첨자가 속한 세대’ ‘2주택 이상 소유 세대’의 세대주와 세대원은 1순위 청약 자격에서 제외된다. 또한 당첨자 발표일이 같은 단지에 중복 청약했다가 동시에 당첨되면 청약이 무효 처리되고 1년간 청약이 금지된다.

건설사들은 이같은 청약 변경 사항을 유닛 내부에 부착하거나 청약관련 유의사항 안내문을 배포하는 등 소비자 안내에 신경썼다. 상담석에서도 청약 자격 여부를 묻는 상담이 주류를 이뤘다. 잠실 올림픽 아이파크 분양 관계자는 “사업지 자체에 대한 문의보다 1순위 제한에 자신이 걸리지 않는 지, 재당첨 제한에 걸리지 않는 지 궁금해 하는 경우가 많다”며 “상담을 통해서 1순위 자격이 없는 줄 알게 된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 분양대행사인 ‘건물과 사람들’의 서승현 본부장은 “보통 1순위 당첨 발표 뒤 부적격자가 10% 가량 나오는데, 이번에는 청약자격 변경에 따른 혼선으로 40%까지는 나오겠다는 얘기를 분양 대행사들끼리 주고받는다”고 했다.

이렇다보니 추후 부적격분 출회 물량을 잡으려는 내집마련 신청자들이 대거 몰렸다. 잠실 올림픽 아이파크에선 27일 전용면적 75㎡(19가구)의 내집마련 신청이 조기 마감됐다고 안내했다. 송파구에 속한 이 단지는 분양권 전매제한이 준공전까지 묶인다. 또 84㎡ 일부와 109㎡의 분양가격은 9억원을 넘어 HUG의 중도금 분양보증이 불가능하다. 이 곳 상담석에선 제2 금융권을 통해 전가구 100% 중도금 대출이 이자 후불제로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건설사들도 실수요자를 겨냥한 마케팅에 주력하는 등 전략을 달리했다. 목동파크자이를 담당하는 임종승 GS건설 분양소장은 “견본주택 오픈 두달 전부터 목동 주민들을 겨냥해 대면 마케팅에 집중해, 하루에 직원 30명씩 투입해 총 2만명을 만났다”며 “과거에는 실수요가 절반을 갓 넘기는 사업장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실수요자가 9라면 투자수요는 1로 줄었다”고 말했다.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 담당 서 본부장은 “동작구의 분양권 웃돈 시장이 거의 꺾였다고 보고, 동작구 전세세입자와 관악구의 노후 아파트에 사는 이전 수요자를 겨냥해 마케팅했다”고 말했다.

비(非) 강남권 중 분양권 투자 수요처로 주목받아 온 마포구의 분위기도 가라앉았다. 신촌그랑자이 견본주택 앞에는 4~5명이 당첨 시 “웃돈 2000만~3000만원이 예상된다”며 명함을 건네는 떴다방 관계자들이 눈에 띄었다. 한달 전 이 곳과 불과 2㎞ 떨어진 지역에서 분양한 신촌숲아이파크 견본주택 앞에는 떴다방 간이부스들이 여럿 설치돼 십수명의 중개소 관계자들이 대거 포진했던 것과 사뭇 달랐다. 이 곳 내방객도 실수요자들이 주였다. 마포구 상암동에 사는 이모씨(42)는 신촌그랑자이 견본주택을 둘러본 뒤 “10년 이상 무주택자인데, 5년간 재당첨이 금지된다고 하니 좀 더 기라렸다가 내년에 염리3구역을 넣을 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서울과 달리 ‘11ㆍ3 대책’의 조정대상 지역에 포함되지 않은 분양 단지 견본주택에는 이전과 다름이 없었다. 울산 송정지구 한양수자인, 광주 용산지구 리슈빌, 용인 동천자이 등은 내년부터 잔금대출에도 여신심사가이드라인이 적용되므로, 대출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마지막 분양을 받으려는 인파로 몰렸다.

부동산 업계에선 오는 12월1일에 몰린 1순위 청약경쟁률이 내년 시장 흐름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 주요 단지의 청약경쟁률 결과가 예상보다 낮으면 가격 조정이 깊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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