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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숙박+체험=여행”…법ㆍ규제 돌파할 에어비앤비의 ‘다음 수’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민상식ㆍ이세진 기자] “규제 법령이 마련돼 뉴욕에서 곧 문을 닫을 판”이라며 곧 망할 것처럼 비춰지던 숙박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Airbnb)가 회심의 한 수를 던졌다.

브라이언 체스키(35) 에어비앤비 CEO는 지난 17일 미국 로스엔젤레스(LA)에서 각종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숙박공유산업을 헤쳐나갈 아이디어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트립스(Trips)’는 그가 내놓은 돌파구다. ‘잠잘 곳’만 매칭해주던 에어비앤비가 여행지에서 ‘무엇을 할지’에 대한 선택지도 제공하는 서비스로 확장한다는 것이 큰 그림이다. 큰 그림으로 본다면 ‘숙박 업체’에서 ‘관광 업체’로의 한 발 도약이다.

‘트립스’ 론칭을 발표하는 브라이언 체스키 (게티이미지)

기존 에어비앤비 호스트는 집 공간을 내어줬다면, 트립스 호스트는 지역의 즐길거리나 먹거리 체험을 기획하고 플랫폼을 통해 여행자들을 모집해 함께 관광에 나서는 활동을 하게 된다. 현재 뉴욕, 샌프란시스코, LA, 파리, 도쿄, 서울 등 12개 도시에서는 이미 트립스가 출시됐고 내년에 50개 도시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지난 2008년 브라이언 체스키는 조 게비아, 네이선 블레차르지크 등과 ‘집안에 남아 도는 공간을 여행자에게 내어주자’는 생각으로 에어비앤비를 창업했다. 그가 처음부터 CEO로 이끈 이 회사는 8년 사이 기업가치 약 300억달러(35조원)에 달하는 ‘숙박업계 공룡’으로 성장했다. 기업공개 시기를 재고 있지만 이미 글로벌 호텔체인인 힐튼(시가총액 30조원 안팎)을 벌써 넘어선 수준이다. 그동안 브라이언 체스키의 개인 자산도 33억달러(3조8900억원ㆍ포브스)로 불어났다. 

[출처=Suitlife]

직영하는 숙박 업소 하나 없이 세계 1위 숙박업체가 될 만큼 에어비앤비의 아이디어는 폭발력이 셌다. 공유경제의 꽃이라는 찬사도 뒤따랐다. 그러나 공유경제라는 ‘법 밖’의 영역이 성장의 걸림돌이 되는 일도 생겼다.

에어비앤비가 기존 숙박업체가 영업신고를 하고 내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점, 숙박업체가 지켜야 할 안전 규정 등의 규제 밖에 있다는 점 등이 꽤 많은 사람의 눈총을 산 것이다.

지난달 뉴욕 주지사 앤드류 쿠오모는 뉴욕시에서 30일 이내 단기 임대를 운영하는 호스트에게 최고 7500달러(885만원)의 벌금을 무는 내용의 법안에 서명했다. 샌프란시스코 의회도 한 해에 임대할 수 있는 일수를 한정하는 내용으로 법안을 고민중이다. 서울도 비슷한 골자로 ‘공유숙박업’ 도입을 고심 중이다. 

에어비앤비 지지자들이 뉴욕시청 앞에 모여 집회를 열고 있다. (게티이미지)
어느새 시 정부 등과 타협이 필요해진 시점이 왔다. 20일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체스키 CEO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미국 시카고, 프랑스 니스 등 200개 도시와 세금 협정을 체결했고 앞으로 500개 도시를 추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700개 도시는 에어비앤비 매출에서 90% 이상을 차지하는 곳이라 협상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세금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에어비앤비는 트립스 서비스를 출시하며 새 업종 확대에도 노력을 쏟는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배경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여덟 살짜리 이 회사는 새로운 이익 창출 고리를 만들 수 있다는 증명을 해야만 한다”라며 “더군다나 주식 공모를 하려면 더 그렇다”고 분석했다. 

에어비앤비 홈페이지 캡쳐

에어비앤비가 트립스로 도입한 ‘액티비티 부킹’은 이미 익스페디아(Expedia), 트립어드바이저(Trip Advisor)와 같은 온라인 여행예매 사이트들의 괜찮은 수익원이 되어 왔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은 액티비티 부킹 시장을 형성하고 시애틀의 유트립(Utrip)이나 샌프란시스코의 픽(Peek) 등도 개발했다. 한동안 많은 벤처캐피털리스트들로부터 커다란 관심을 샀다.

블룸버그는 지난 8월 “에어비앤비도 이같은 서비스를 추가해 가치를 올려보려는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바일 기반으로 마련한 전세계의 수많은 가입자들에게 각종 서비스를 더해 객단가를 높이고 창출하는 부가가치의 양을 늘리겠다는 의미다.

앞서 에어비앤비는 올 초 디자인 그룹 ‘사마라(Samara)’를 결성, 일본의 소규모 도시 요시노에 목재 공동숙박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를 실시하기도 했다. 초고급 호텔이 아닌 자연친화적 숙박시설을 건설하고, 운영은 지역민에게 맡기는 시도다. 적절한 선까지는 ‘이 시대의 여행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숙박시설을 직접 확보해 객단가를 높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물론 에어비앤비가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 WSJ은 “많은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면서 “비슷한 서비스를 미리 제공하고 있는 작은 업체들과 경쟁해야 할 것이고, 이같은 현지 여행 활동의 안전도 담보해야 하며, 연령 적절성, 호스트의 전문성 등도 논란의 여지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썼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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