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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을 닮아가는 경기불황…日 ‘패러사이트족’ 닮은 ‘찰러리맨’ 32%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한국경제가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한 일본식 장기불황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갈수록 농후해지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으로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 대표적인 현상 가운데 하나가 이른바 ‘찰러리맨’으로 꼽힌다.


과거 일본이 불황에 시달리던 1990년대 기생독신(寄生獨身)이라는 ‘패러사이트 싱글(parasite single)족’이라는 말이 신조어로 유행했다. ‘parasite’란 기생충을 의미하며, ‘패러사이트 싱글’이란 독립할 나이가 지나도 취업난에 집값과 생활비 부담으로 독립하지 않고 부모에 얹혀사는 독립생활자를 뜻한다. 줄여서 ‘패러사이트족’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캥거루족’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우리나라 2030직장인 1382명을 대상으로 부모로부터의 경제적 독립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직장인 3명 중 1명에 해당하는 31.8%가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찰러리맨’이다.

찰러리맨이란 아이(child)와 직장인(salaryman)이 결합된 말로 경제활동을 하면서도 심리적ㆍ물질적으로 부모에 기대어 사는 직장인들을 이른다. 찰러리맨에는 독립생활자나 기혼자가 모두 포함되기 때문에 20년 전 일본에서 유행한 ‘패러사이트족’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독립할 시기에도 부모에 의존한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 경제난이 가져온 사회 변화상이라는 점도 유사하다.

잡코리아의 조사 결과를 보면 기혼자의 경우 18.9%가 ‘부모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답한 반면, 비혼자는 이의 두 배에 달하는 35.7%가 부모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들이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받는 항목(복수응답)은 △전월세 등 주거비(54.8%)와 △식비 등 생활비(52.7%)가 대표적이었다. 또 통신비(35.2%)와 보험비용(28.2%)을 지원받는 사람도 많았다.

직장인들이 부모들로부터 지원받는 금액은 독립생활자의 경우 월 평균 51만6000원이었고, 기혼자는 108만7000원에 달했다.

과거 일본의 패러사이트족은 경제불황으로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청년들이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자 점차 의존적으로 바뀌어가는 세태를 지칭하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됐다. 이는 사회의 진취적 분위기를 약화시키고 역동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

일본의 패러사이트족은 이제 ‘아저씨 캥거루족’이 되었다. 35~44세의 중년이 돼서도 결혼을 하지 않거나 독립하지 않고 부모에게 얹혀 사는 사람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1990년 112만명, 2000년에는 159만명, 2010년대에는 295만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한국도 일본과 같은 장기불황 가능성이 높아 이러한 현상을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하기 어렵다. 청년실업률이 매월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비정규직은 전체 근로자의 3분의1에 해당하는 650만명에 달하고, 정규직과의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청년층 취업난과 여전히 높은 집값, 학자금을 비롯한 가계부채 등은 사회 역동성을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인 셈이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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