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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Insight] “우리는 무엇을 팔고, 무엇을 살 것인가”
러시아 무역관에서 근무하다 보면 많은 손님을 만나게 된다. 대부분은 효과적인 러시아 시장 진출 전략을 고민하는 분들이다. 현지 시장조사를 통해 틈새시장을 발굴하고 다양한 수출 마케팅을 통해 한국 제품의 수출역량을 극대화하는 것이 무역관의 업무이기에 나도 이 고민을 함께 하게된다. 하지만 요즘은 정반대의 질문도 많이 접한다.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가져다 팔 거 없을까요?”

위 질문의 가장 쉬운 대답은 “원자재”다. 1991년 소연방 붕괴 이후 재정적자로 모라토리움 선언까지 한 러시아가 다시 세계무대에 등장할 수 있었던 힘은 석유, 천연가스, 목재 등 풍부한 자원으로부터 비롯됐다. 다만, 자원 수출에 의존적인 경제구조로 인해 국제 원자재 가격이 떨어질 때면 러시아 경제도 함께 흔들리곤 했다.

실제 2014년부터 시작된 국제유가 하락으로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2년 새 약 100% 떨어졌고, 환율도 2배 이상 뛰었다. 1998년, 2008년 그리고 2014년까지 유가 하락으로 인한 ‘위기’만 벌써 세 번째인 러시아 정부는 이번에야 말로 ‘산업기반 확대 및 수출경쟁력 확보’라는 평생 목표를 확실하게 추진하겠다는 다짐이다. 따라서 러시아 정부도 “어떤 제품을 한국에 수출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고민이 많다.

더디지만 러시아 수출 산업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 조짐의 시작이 수출품목의 다변화다. 기존 원자재 및 원료 중심의 수출 품목에서 가공품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극동 러시아의 경우 농수산 가공품과 건자재가 수출주력 상품이다. 최근 넓은 토지를 기반으로 ‘친환경’ 트렌드를 내세워 농축산 제품 제조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 지역에서 생산된 우유,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등은 인근 중국 동북 3성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점차적으로 생산량이 늘어나고 있다.

예상하지 못했던 러시아산 제품이 한국으로 수출되는 사례도 있었다. 바로 창호다. 기존 한국에서는 건물공사 시 철제 창호를 주로 사용했으나. 조금 더 값이 저렴하고 품질이 좋은 창호를 찾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러시아산 플라스틱 창호가 틈새시장을 개척한 것이다. 비록 계약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한국·러시아 간 무역이 새로운 가치 창출이 가능한 시장임을 확인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었다.

그렇다면 수출 규모를 늘리기도 바쁜 우리가 왜 러시아의 수출까지 고민해야 하는 걸까. 바로 무역은 상호협력에 기반한 양방향 거래이기 때문이다. 한국산 제품을 컨테이너에 실어 러시아에 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컨테이너에 무엇을 채워 다시 돌아올 것인가도 중요하다. 그만큼 양국 간의 새로운 교역대상을 찾는 것은 무역산업의 파이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한ㆍ러 무역환경의 미래는 상호협력에 달려 있다고 본다. 플라스틱 창호와 같은 러시아산 제품 수출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한국 소비자의 기호는 물론, 시장 특성에 부합한 제품의 기준 및 규격이 필요하고 이는 현지에서 한·러 업체가 협력하여 개발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오늘도 두 가지를 같이 생각해본다. ‘우리가 러시아에 무엇을 팔고 무엇을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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