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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ㆍ12 촛불집회] “이런꼴 보려고 朴뽑은것 아니다”…보수진영도 뿔났다
-12일 서울 도심 곳곳서 3차 주말 촛불집회
-“끝까지 믿었는데…” 보수 국민 결집 눈길
-대구ㆍ경북 등 ‘상경 시위’ 10만명 예상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끝까지 믿었는데… 모두 박근혜 대통령을 음해하는 세력이 꾸민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경북 포항에서 태어나 40년 넘게 살았다는 안모(45) 씨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만난 그의 왼손에는 ‘박근혜 하야하라’는 피켓이, 오른손에는 촛불이 들려있었다. 안 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잘못한 일 중 하나는 자신을 끝까지 믿어준 보수 세력을 실망시킨 것”이라며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나서 한달음에 촛불 챙겨 서울로 왔다”고 토로했다.
민중총궐기 서울투쟁본부 참가자들이 ‘박근혜 퇴진을 위해 전국에서 오신 동지들을 환영합니다’란 현수막을 걸고 시위에 나서고 있다.

성난 민심들이 12일 오후 비선 실세 최순실(60ㆍ여ㆍ최서원으로 개명) 씨 관련 의혹 진상 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며 서울광장을 비롯, 도심 곳곳에 집결했다. 이날 3차 주말 촛불집회에는 끝까지 박근혜 대통령을 옹호했지만 이번 ‘최순실 게이트’ 등에 충격을 받고 거리로 나선 국민들이 시선을 끌었다.

일명 보수 세력을 자처하며 집회에 참여한 국민들은 별도의 집회를 열지는 않았지만 평소 탐탁치 않아 했던 노동ㆍ사회시민단체가 주최한 민중총궐기에 개인적으로 참여했다. 이들이 느끼는 큰 감정은 씻어낼 수 없는 배신감이었다.

시간 강사로 일한다는 서모(39ㆍ여) 씨는 “‘이러려고 대통령 했나’라는 말에 나도 이런 꼴 보려고 뽑은 게 아니라고 소리치고 싶었다”며 “어떻게 지금까지 믿어준 국민들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했다.

대학원생 이진모(26) 씨는 “부양 가족이 없다는 말에 그래도 부정부패는 없겠다고 생각해 뽑았는데 사실상 최 씨 일가가 부양 가족이었다”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나는 상황에 이제는 헛소문이라 무시했던 온갖 음모론들도 다시 보게 된다”고 말했다.

집회에는 지금껏 박근혜 대통령에 비교적 높은 지지율로 응답한 대구ㆍ경북 지역 등에서 상경, 참여한 국민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에 따르면 대구ㆍ경북 지역에서 버스 등을 타고 상경 시위에 참여한 국민은 최소 1만여 명이다. 이외에 부산ㆍ울산(2만여 명), 광주ㆍ전남(2만여 명), 대전ㆍ충남(2만2000여 명) 등 10만여 명 이상이 지방에서 서울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자녀 수능을 앞두고 대구에서 이동해 서울광장으로 온 김모(47ㆍ여) 씨는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온 국민을 우롱한 것”이라며 “공부하는 아들에게 부끄러워 고개를 못 들겠어서 참회하는 차원으로 촛불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도착한 직장인 김주환(29) 씨는 “경상도가 ‘봉’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번 기회에 톡톡히 알았으면 좋겠다”며 “다음에는 매번 1번만 뽑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 현실을 알려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날 서울광장 등 이뤄지는 집회에 주최 측은 50만명에서 100만명을, 경찰은 16만명에서 17만명 참가를 예상했다.

경찰은 272개 중대 2만5000여명을 서울광장ㆍ세종대로사거리 등 집회 관리에 투입하고 있다. 이전 1ㆍ2차 집회와 마찬가지로 집회 참여자들을 자극하지 않고, 안전관리와 교통 원활화에 초점을 두며 유연히 대응할 방침이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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