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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野 집중 공세 쏟아진 ‘시한부 총리’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지금 심정이 어떠냐?”, “대통령이 하야해야만 한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총리는 최순실이다. 나머진 껍데기다.”

질문은 쉼 없이 쏟아졌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때론 “송구스럽다”고 했고, 또 때론 “그런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황 국무총리를 강하게 추궁한 야권 의원도, 이에 답해야 하는 황 국무총리도 모두 대상은 애매했다. 이미 사의의사까지 표한 황 국무총리는 마지막까지 박 대통령을 비호하며 “내 책임이 더 크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시한부 총리의 답변은 별다른 울림을 주지 못했다. 결국, 황 국무총리 역시 박근혜 정부 내 국무총리 잔혹사를 이어갈 운명이다. 


1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긴급현안질문에서 황교안 국무총리가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11일 국회에선 황 국무총리 등을 상대로 긴급현안질문이 열렸다. 여권 의원이 한 명도 질의를 신청하지 않으면서 이날 긴급현안질문은 야권 의원으로만 구성됐다. 통상 긴급현안질문이 열리면 야권의 공세와 여권의 수세가 반복된다. 여권은 이날 정부를 외면했다. 황 국무총리 등 정부는 이날 관행적인 여권의 지원조차 없이 야권의 집중 추궁을 받았다.

특히 비판은 황 국무총리로 쏠렸다. 가장 많이 나온 질문은 “심경이 어떠냐”였다. 황 국무총리는 “안타깝고 국민에게 송구스럽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에 본회의장에선 “안타깝다는 표현이 말이 되느냐”는 고성도 터졌다.

박 대통령 퇴진 촉구, 대통령 지지율 5%에 대한 소회, 대통령 2선후퇴 의지 등 박 대통령 상대로 하는 질문도 황 국무총리에게 쏟아졌다. 황 국무총리는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입장을 반복했다. 그는 “국회가 추천하는 국무총리에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할 권한을 주겠다는 것”이라며 “다만, 헌법 제약이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권한을 주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황 국무총리에게 “언제 마지막으로 대통령을 만났느냐”, “어디서 만났느냐”, “전화는 자주 하느냐”, “김병준 신임 국무총리 내정자 통보는 언제 어떻게 받았느냐” 등 세세하게 질문하며 황 국무총리를 몰아붙였다.

이어 최근 개각을 예로 들며 “최순실이 제청해서 결국 대통령이 임명했다. 실질적으로 제청권을 행사한 건 최순실 밖에 없다. 실세 총리가 있다면 최순실이고 나머진 껍데기”라고 주장했다. 황 국무총리는 순간 목소리를 높이며 “난 나대로 제청을 했다”고 항변했으나 노 원내대표가 비판을 이어가자 “여러 차례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 말의 취지를 알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을 아꼈다. 이어 “(박 대통령보다) 내 책임이 더 크다”고도 말했다. 이에 노 원내대표는 “그럼 ‘박근혜 게이트’가 아니라 ‘황교안 게이트’냐”고 꼬집었다.

황 국무총리는 김병준 신임 국무총리 내정자가 발표된 전후 사의를 표명했으나 김 내정자 임명이 야권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현재 애매한 직위를 이어가고 있다. 김 내정자 취임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시한부 운명을 언제까지 이어갈지도 예측하기 힘들다.

박근혜 정부에서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이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자진사퇴하고 정홍원 국무총리는 세월호 참사 이후 사퇴 의사를 밝혔으나 이후 후보자들이 연이어 낙마하면서 의도와 달리 총리직을 계속 수행해야 했다. 이완구 총리가 들어서면서 비로소 물러날 수 있었으나 이 총리 역시 ‘성완종 리스트’로 이내 물러나야 했다. 황 총리 역시 야권의 반발을 딛고 어렵사리 총리직에 올랐으나 결국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사퇴 의사를 표명해야 했다. 하지만, 사퇴조차 녹록지 않아 정 국무총리처럼 애매한 운명에 놓였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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