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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판사, 이 책!] 댓글로 대중 선동, 치밀한 여론조작 현재진행형일지 모를 충격과 분노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요사이 통 잠이 오지 않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뉴스로 몸살을 앓습니다. 누군들 안 그럴까요. 울분일 겁니다. ‘전 국민이 분노조절장애에 걸렸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습니다.

어젯밤에도 자려고 누웠다가 허공에 발길질을 하고 말았습니다.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과 그의 일당들이, 우리가 그동안 찾아 헤맨 ‘댓글부대’의 몸통이라니요. 국정원이 아니라, 구중궁궐에 숨어 있는 청와대의 ‘그들’이 꾸민 일이라니요. 우리가 무슨 잘못이 있어서 이런 대통령과 나라를 만나게 된 걸까요. 이러려고 꼬박꼬박 세금 낸 건 아닐 텐데요.



장강명 작가의 소설 ‘댓글부대’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정확히 일 년 전입니다. 이맘때 저는 ‘댓글부대’ 원고를 편집해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소설은 정체 모를 조직의 사주를 받은 세 남자가 인터넷으로 대중을 선동하고 정치, 사회 전반으로 여론을 조작한다는 내용을 품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짐작하듯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모티프로 하고 있습니다. 원래 제목은 ‘2세대 댓글부대’였는데, 세대를 거듭하며 영속해나갈 댓글부대를 암시하는 섬뜩한 제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댓글부대’가 좀 더 언중에 회자될 제목이라 판단해 그렇게 정하게 되었습니다만, 지금 와 생각하면 ‘2세대 댓글부대’도 좋았겠다 싶습니다. 댓글부대가 기술적으로 점점 진화하면서 그 몸피를 키워가고 있는 것이 자명해졌으니까요.

출간 전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일부 연재를 할 때, 몇몇 분들이 이런 의견을 댓글로 달아주셨습니다. “너무 시기적절한 소설. 기대돼요.” “작가 분 해코지 당하는 거 아닌지. 출판사도 걱정됨……” “어디에도 굴하지 말고 쭈욱 완필하시길.” 이제껏 수많은 책을 만들어왔지만 이렇게 긴장하며 작업하긴 처음이었습니다. 홍보글로 작성했던 ‘댓글부대 멤버 찻탓캇의 가상 편지’를 실제 댓글부대원의 고백으로 오해한 분들이 있을 정도로 그때 우리 사회는 예민해져 있었습니다. 책이 나온 지 열흘도 안 되어 터진 ‘강남구청 댓글부대’ 사건 역시 우리가 처한 세상을 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장강명 작가는 ‘댓글부대’를 쓰는 동안 여느 때보다 더 힘들었다고 고백한 바 있습니다. 원고지 800매 남짓의 길지 않은 소설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자행되었고 한편에서 현재진행형일지 모를 ‘댓글부대’에 대한 충격과 분노를 소설의 문장으로 온전히 담아내는 일이 결코 녹록치 않았다는 것이었지요. 자신이 쓴 소설 중 “가장 빠르고 가장 독하다”는 작가의 고백에는 그런 사연이 있습니다.

‘댓글부대’는 제3회 제주4·3평화문학상을 수상했고, 2016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이기도 합니다. 좋은 소설은 우리가 보지 못했던 진실을 보게 만든다고 했습니다. 소설을 소설로만 볼 수 없는 세상에서 잘 짜인 허구는 진실 이상의 힘을 얻습니다.

오늘 밤은 부디 안녕히 주무십시오.

<은행나무출판사 국내문학팀 과장 강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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