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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카페]도덕적 신념은 다 어디로 갔나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 기독교인이 세운 나라 미국에서 기독교인이 줄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퓨 (Pew)연구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인식하는 성인의 수는 지난 7년간 8퍼센트가 급감해 71퍼센트에 머물고 있다. 점점 더 비종교적이 돼가고 있다는 얘기다.

서구 정체성의 핵심을 자유주의 전통이라고 할 때 그 중심에 기독교가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영국 정치철학자 개리 시덴톱은 ‘개인의 탄생’(부글)에서 그동안 서양을 지칭해온 자유주의 신념, 개성과 자율, 개인의 가치를 존중하는 이런 신념이 이젠 찾아보기 어렵다며, 자유주의는 무신념을, 무관심과 방임을 의미하는 것으로 비쳐질 뿐이라고 말한다.
[사진=개인의 탄생/래리 시덴톱 지음, 정명진 옮김/부글]

왜 이렇게 된 것일까. 래리는 이를 신념과 사회제도와의 관계를 통해 차근차근 풀어간다. 고대로부터 무려 2000년의 긴 시간을 통해 신념의 변화가 어떻게 사회적 관계를 변화시켰는지, 개인과 자유의 역사를 들여다본 것이다.

고대사회는 흔히 자유롭고 세속적인 정신이 지배했던 시대라고 말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고대의 가족은 구성원들을 터무니없을 만큼 강하게 억압했던 하나의 교회였다.

저자는 이를 “모든 조상들을 대표하는 아버지는 한 사람의 예비 신”이었다는 말로 표현한다. 아버지는 성직자이자 치안판사였다. 재산은 한 개인 남자의 것이 아니라 가족의 소유였다. 그리스인들과 로마인들에게 결정적인 구분은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구분이 아니라 공적 영역과 가정 영역의 구분이었다.

그렇다면 그리스와 이탈리아에서 가족이 전부였던 그런 세계로부터 도시들과 역사적 기록을남긴 세계로 어떻게 넘어갈 수 있었을까?

가족 중심에서 이뤄진 대로 공통의 조상을 인정하고 공통의 신앙을 구축하면서 부족으로, 다시 고대 도시로 확장됐다는 게 저자의 견해다. 왕은 고대 도시였던, 연합들의 연합에서 최고의 세습 성직이었다. 행정과 군사는 단지 왕의 종교적 권위의 부속물이었으며, 법률은 당연히 종교적 신념의 결과물이었다. 거기엔 현대적 의미의 주권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이런 상황은 BC 6세기에 이르면 변하기 시작한다. 그리스 이탈리아에서 똑같이 가부장과 성직이 결합된, 근본적으로 성직 중심이었던 사회가 낮은 계급들, 말하자면 그 전까지 도시의 통치에 전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던 계급들로부터 공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 시기부터 로마 제국의 출현까지 도시 국가들의 역사는 계급 갈등으로 점절된다. 사회구조에 본질적인 변화가 일어나면서 장자상속권이 무너지고 예속 평민들은 자유민이 됐다. 저자는 이 변화들을 일으킨 근본적인 요소는 기대의 상승이었다고 말한다. 즉 시민 계급의 특권을 공유하고 싶은 욕망이 평민을 움직인 것이다.

고대 사고의 핵심이 인간은 불변의 질서,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자연적 불평등이었다면, 이 가설을 완전히 뒤엎은 인물은 사도 바오로이다. 저자는 바오로가 “하나의 종교로 기독교를 발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말한다. 바로 인간평등론이다. “신앙행위는 개인적인 행위이고 내면적인 사건이다. 바오로는 신의 의지와 인간의 능력 사이에 내면적 연결을 창조해냄으로써 자연적 불평등이라는 가설을 넘어섰다”고 저자는 말한다. 인간이 도덕적으로 평등하다는 ‘보편적’자유는 도시국가의 특권계급이 누리던 자유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르네상스는 중세의 종언으로 개인적 자유의 과정에서 결정적인 걸음을 뗀다. 그러나 르네상스 인본주의자들은  고대의 불평등 사회에 대한 이해없이 미학적으로 고대를 찬양하고 원천으로 삼았다. 개성의 추구라고 불려야 할 게 근대성의 근본인 개인의 발명과 혼돈하는 결과를 빚은 것이다.


저자는 서양에서 사회적 신분이 아니라 개인이 사회를 조직하는 역할을 맡기까지의 긴 여정을 들려준다. 이는 아무런 구속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주의의 역사 이야기다. 저자는 이 여정 끝에 현재 자유주의의 전통이 많이 약화된 이유도 들려준다. 이는 신념들간 경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슬람 근본주의와 중국식 유사자본주의 등이 한 예다. 도덕적 신념이 어떻게 사회의 틀을 바꾸는지, 집단 의식의 저변을 살핀 흥미로운 책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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