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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의 선택 트럼프] “불확실성 너무 크다”…‘내우외환’ 재계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도널드 트럼프가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우리 기업들의 불확실성도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미 벼랑 끝에 몰려있던 재계는 ‘최순실 게이트’라는 악재에 미국발(發) 리스크까지 겹쳐 안팎으로 힘든 내우외환(內憂外患) 형국이다.

9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주류 언론과 여론조사의 예상을 뒤엎고 트럼프 후보 당선이 확정되자 재계에서는 “앞이 안 보인다. 캄캄하다”는 탄식이 터져나왔다.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이 마비된 것은 물론 검찰 수사가 대기업으로까지 확대되면서 재계는 가뜩이나 흉흉한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일단 경제단체들은 트럼프 당선에 축하를 보냈다. 전경련 엄치성 국제본부장은 “한미동맹과 긴밀한 양국 공조가 지속되길 바란다. 한국 경제계는 앞으로도 굳건한 한미관계를 바탕으로 정치ㆍ사회ㆍ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양국간 협력을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코멘트 했다. 대한상의 이경상 기업환경조사본부장도 “성장이 정체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뉴노멀 시대에 세계 경제 재도약을 위한 미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높다. 트럼프 정부가 합리적 리더십을 발휘해 미국은 물론 세계경제가 안정과 회복의 길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코멘트를 냈다.

경제단체들의 기대감 섞인 코멘트에도 불구하고 개별 기업들은 당혹스런 분위기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후보자 때 발언과 실제 대통령으로서 추진하는 정책은 다르지 않겠나”라면서도 “아무래도 변동이 커질 것은 확실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다들 불안해하는 것 같다. 기업들은 당장 선제적인 액션을 한다기보다 예의주시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우려를 나타내면서 경쟁력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자나 자동차 등 대표 수출기업은 물론 중국으로 원자재 및 부품을 수출하는 기업들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것 말고는 사실상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원화가 일본의 엔화와 대비해서도 약세가 될 가능성이 큰데 그 부분은 수출 기업들에게 좋게 작용할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이 그동안 여러 위기 잘 극복해왔으니까, 이번에도 지혜롭게 경쟁력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면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에서 주 저격대상으로 삼고 있는 건 중국 제품이기 때문에 우리는 중국보다는 쇼크가 적을 것”이라면서 “중국처럼 값싼 저가 상품이 아니라, 관세가 부과돼 가격이 올라도 인기를 끌 수 있는 고급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자유무역 퇴조로 전 세계 물동량 줄어들 가능성 크기 때문에 조선ㆍ해운 분야 구조조정은 다시 재검토 해야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당선에 너무 겁먹을 필요 없다. 완전한 보호무역으로 가겠다는 게 아니고 자국의 실리추구를 하겠다는 것이다. 보호무역으로 간다고 확대해석하면 안 된다”며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등 문제도 트럼프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미국 측에서 나올 수 있었던 얘기다. 정부가 사드 등 국방에 관한 문제와 경제 문제를 결합해서 협상을 하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 교수는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정치에서 생긴 문제는 기본적으로 정치권에서 풀어야 한다. 경제로 넘어와서 일을 더 만들지 말고 최대한 분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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