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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의 선택 트럼프] 공존하는 최악과 최고 시나리오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대는 오바마 대통령 시대와는 또 다른 경제 환경을 예고했다. 세계 경제 최강대국 미국이 펼칠 자국 산업 우선주의, 보호무역 강화는 우리 산업과 경제에 위협이자 기회이기도 하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인프라 투자 확대, 제조업 부흥 등 정책 방향이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며 “금융뿐 아니라 실물 측면에서도 미국의 경제정책 변화가 하드 브렉시트, 중국의 수출 둔화 우려와 결합해 세계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이 증대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새 대통령 시대가 미칠 우리 경제에 대한 양면성을 강조한 것이다.

업계의 진단도 마찬가지다. 보호주의 강화, 자국 산업 육성 정책에 대한 우려와, 동시에 대규모 인프라 투자 및 우리의 수출 경쟁국인 중국에 대한 견제 반사이익 등 상반된 시나리오가 공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긍정적인 시나리오는 트럼프의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및 미국 공화당 정부의 전통적인 시장 친화적 성향에 기반한다. 삼성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적극적인 인프라 투자 확대와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 위험자산 가격에는 우호적인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중장비, 반도체 등 미국 현지에 생산 시설을 가지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수혜가 우선적으로 예상된다.

트럼프가 중국에 대해 적극적인 관세 장벽을 예고한 것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대 소비국인 미국에서 우리 기업들과 전방위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중국 제품에 대한 강한 규제는 단기적으로 ‘한국산’ 또는 ‘한국 기업이 만든 미국산’ 제품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 한국 및 일본을 최우선적으로 향했던 미국의 무역규제가 이제 최대 무역수지 적자국인 중국을 먼저 겨냥할 수 밖에 없다는 기대감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 기회는 후폭풍도 함께 수반한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은 결국 우리 경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차적으로 중국에서 중간가공을 거쳐 미국으로 향하는 우리 수출 루트가 타격을 입을 수 있고, 또 우리 역시 미국의 무역규제 대상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 LG경제연구원은 10일 ‘불확실성 높은 트럼프 시대의 세계경제’라는 보고서에서 “중장기적으로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원화절상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 4월과 10월 미국 재무부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와 대미 무역흑자를 이유로 우리나라를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사실과 트럼프 행정부가 대규모 무역 흑자국에 제재카드를 꺼낼 가능성에 주목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현지 생산 시설은 전무한 전자, IT 업종의 경우 이미 비상이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IT 세트 제조사의 대미 수출 감소가 우려된다”며 “미국의 IT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가장 큰 타격이 우려되는 제품은 스마트폰”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8년간의 오바마의 핵심 정책이 대부분 폐기되거나 수정되면서 큰 변화가 나타나게 될 것”이라며 “당선부터 취임 100일까지 앞으로 6개월은 정책 변화에 대한 불안감과 새로운 정책에 대한 기대가 공존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불확실성 시대의 개막을 예상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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