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모습 드러낸 ‘문화계 황태자’…檢수사 새국면

-최순실과 함께 ‘국정농단 의혹’ 한축, 檢 수사 속도전

-中→日→中 이동과정서 崔씨 접촉했는지도 규명작업

-귀국장에서 체포 후 전격 심야조사…금명 구속영장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최순실(60ㆍ구속) 씨의 최측근이자 ‘국정농단 의혹’의 또다른 몸통으로 지목된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47) 씨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차 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 시작되면서 주요 피의자들의 혐의 부인으로 잠시 주춤했던 검찰 수사가 다시금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9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차 씨를 상대로 이날 오전 1시부터 오전 5시 30분께까지 강도높은 조사를 진행했다. 심야 조사는 차 씨의 동의로 이뤄졌으며 4시간 조사를 마친 그는 곧바로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수감됐다.

[차은택 檢 조사] 마침내 모습 드러낸 ‘문화계 황태자’…檢 수사 새 국면

전날 밤 중국에서 전격 귀국한 직후 체포된 차 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광고회사에서 수억원대 자금을 횡령하고 안종범(57ㆍ구속)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과 공모해 옛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의 지분 강탈을 시도한 혐의(공동강요)를 우선적으로 받고 있다.

하지만 수사본부는 미르ㆍK스포츠재단의 설립과 운영에 직접 관여한 의혹을 비롯해 문화계 영향력 행사 등 국정농단 의혹 전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차 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 씨의 영향력을 등에 업고 이번 정부의 주요 문화정책을 뒤에서 좌지우지한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차 씨가 직간접적으로 연결됐다는 의혹이 불거진 정부 프로젝트는 20개 안팎에 달하며 그가 손 댄 사업마다 정부 예산이 증액됐다는 의혹도 나왔다. 여기에 문화체육관광부의 고위급 인사에도 깊숙하게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실제로 ‘차은택 라인’의 핵심인물 중 한 명으로 지목된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은 그의 대학교 은사이고, 차 씨의 외삼촌인 김상률 숙명여대 교수 역시 현 정부 들어 교육문화수석비서관에 임명되는 등 승승장구한 바 있다.

검찰은 차 씨가 김 전 장관의 인사에 개입했다는 점을 평소 과시하는 등 문화계에서 빠른 속도로 영향력을 키워온 점에 주목하고, 이 과정에서 최 씨와 안 전 수석 등이 직접적으로 개입됐는지를 중심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한편 40여일 동안 해외를 전전했던 차 씨의 ‘수상한 행적’이 이번 조사에서 밝혀질 지 여부도 관심사다. 지난 9월 30일 김포공항을 통해 중국 상하이로 건너간 차 씨는 지난달 12일 중국 항공편을 이용해 일본 오사카로 이동했고, 31일 다시 중국 칭다오로 돌아왔다.

문제는 일본에 있었던 19일 동안의 행적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차 씨가 경유지로 활용해 유럽으로 건너가 최 씨를 만난 뒤 검찰 수사를 대비해 입을 맞췄거나 증거인멸을 시도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기간 동안 차 씨가 최 씨와 접촉한 정황이 확인될 경우 적지 않은 파장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사본부는 이날 차 씨를 재소환해 추가 혐의 등을 조사한 뒤 금명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