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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실되게 답하겠다는 차은택, 입 열까…국정농단 수사 2라운드 돌입(종합)
-안종범ㆍ송성각과 광고사 강탈시도 혐의로 체포

-최순실과 달리 공항서 체포후 검찰로 바로 압송

-“우병우가 뒤를 봐준다”→“우병우 몰라” 부인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최순실(60) 씨에 이어 국정농단 파문의 2인자로 분류되는 차은택(47) 씨가 8일 밤 검찰에 전격 체포됐다. ‘최순실 게이트’의 한 축을 차지하던 차 씨가 중국 도피 생활을 끝내고 국내에 들어오면서 관련 수사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날 오후 10시10분께 인천국제공항에서 검찰에 체포된 차 씨는 검찰 측 차량을 타고 곧바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압송됐다. 11시19분께 검찰청사에 도착한 차 씨는 수갑을 찬 채 수사관들에 붙들려 포토라인에 섰다.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차 씨는 다소 겁먹은 표정으로 울먹이며 “죄송하다. 검찰에서 성실하고 진실되게 답변드리겠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현 정부 ‘문화계 황태자’에서 국정농단의 주요 피의자로 전락한 차 씨는 중간 중간 “너무 죄송하다”, “정말로 진실되게 말씀드리겠다”며 복잡한 감정이 섞인 답변도 내놨다. 그러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최순실 씨와의 관계를 추궁하자 이내 입을 닫았다. 마치 미리 외운 듯 “죄송하다”는 답만 되풀이했다.



국정농단 사태의 또 하나의 축인 차 씨의 신병이 검찰 손에 들어가면서 그동안 의혹만 무성했던 문화계 비리의 전모가 밝혀질지 주목된다. 검찰은 우선 차 씨를 공동강요 혐의로 체포영장에 의해 체포했다. 앞서 체포된 차 씨의 측근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과 같은 혐의다.

문화계 ‘차은택 인맥’ 중 한 명으로 알려진 송 전 원장은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를 인수한 중소 광고사 A사 대표에게 ‘포레카 지분 80%를 내놓으라’고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논란이 일자 송 전 원장은 지난달 31일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앞서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도 이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 강요미수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차 씨는 이날 공항에서 “안 전 수석과는 조금 알고 있다”며 관계를 인정했다.

차 씨의 귀국은 곧 ‘차은택 라인’에 대한 검찰의 줄소환 조사로 이어질 전망이다. 송 전 원장은 차 씨가 지난 2014년 8월 정부 문화융성위원으로 위촉되고 넉달 후 차관급인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 임명됐다. 송 전 원장이 제일기획 상무로 일할 당시 차 씨에게 광고 일감을 주며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차 씨의 또 다른 측근 김홍탁(55) 더 플레이그라운드 전 대표도 ‘포레카 강탈 의혹’에 연루돼 있다. 특별수사본부는 전날 김 전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이날 새벽까지 조사했다. 더 플레이그라운드는 지난해 10월 설립된 신생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차 씨를 등에 업고 KT와 현대자동차그룹 등 대기업ㆍ공공기관 광고를 쓸어 담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올해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 태권도 시범단 행사 등 공연 기획ㆍ연출을 독점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외에도 차 씨의 대학원 은사인 김종덕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교수와 외삼촌 김상률 숙명여대 영문학부 교수가 각각 현 정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교육문화수석비서관에 임명돼 차 씨의 인사개입 의혹도 불거졌다. 차 씨가 추진한 사업마다 예산이 증액된 배경에도 두 사람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르 재단의 초대 이사장을 맡았던 김형수 연세대 교수도 차 씨의 대학원 은사다. 차 씨의 인맥이 현 정부 문화계 전반에 퍼져 있어 이른바 ‘차은택 라인’이 실권을 쥐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검찰은 이들의 소환 시기도 저울질하고 있다.

차 씨가 주도한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에 CJ그룹이 1조4000억원 투자한 배경과 한국스포츠개발원이 2억원을 들여 만든 코리아체조가 갑자기 늘품체조로 바뀐 것 역시 수사 대상이다.

우병우 전 수석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입을 열지 관심이다.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런 식으로 (미르)재단을 운영하다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나’라고 묻자 차 씨가 ‘우병우 수석이 내 뒤를 봐주고 있으니 걱정말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차 씨는 “우 전 수석을 알지 못한다”며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최순실 씨가 검찰 소환 당시 “죽을 죄를 지었다”며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한 것과 달리 정작 검찰 조사 과정에서는 ‘모르쇠’로 일관한 것처럼 차 씨 역시 부인으로 일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차 씨 역시 취재진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깊이 반성하고 있다. 검찰에서 모든 것을 사실대로 밝히겠다”며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차 씨는 이날 오후 9시50분께 중국 칭다오에서 동방항공(MU2043)편을 타고 인천국제공항에 들어왔다. 최순실 씨에게 귀국 후 31시간의 편의를 봐준 것을 두고 제기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검찰은 이날 빠르게 움직였다. 미리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던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차 씨를 현장에서 체포해 곧바로 서울중앙지검으로 압송했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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