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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서정가제 2년]①책 살만 하세요?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만일 도서정가제가 없었다면 지금 출판시장의 혼탁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생각하기도 끔찍하다. 과다할인, 무한 경쟁으로 중소 출판사들은 설자리를 잃었을 것이다.”

신간, 구간 모두 책값 할인을 15% 로 제한한 도서정가제 시행이 11월로 2주년을 맞았다. 시행 직후 혼란스런 상황이 정리되고 도서정가제가 안착돼가는 모습이다. 출판사들은 도서정가제가 대체로 시장안정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특히 다양한 책을 내는 중소 출판사들은 도서정가제 덕에 그나마 안정적으로 책을 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한국출판인회의가 최근 소비자와 서점, 출판사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도서정가제 영향 평가를 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도서정가제 시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반응은 출판시장에서 청신호로 포착되고 있다.

무엇보다 책이 많이 팔리고 있다.

예스24 집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 말까지 판매된 책 수량은 전년대비 10.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도서정가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난해 11.3% 마이너스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획기적인 변화라 할 만하다. 즉 책이 할인이 성행하던 도서정가제 이전과 맘먹는 수준으로 판매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할인이 없어지면서 체감 책값은 약간 올랐지만 할인 중독에서 벗어나 도서정가제 범위내에서 책을 구매하는 걸 정상적으로 여기고 있다는 얘기다.

이 중 신간비중이 높아진 것도 긍정적인 변화다. 과거 큰 폭의 할인을 진행하는 구간 도서 중심으로 베스트셀러를 장식하던 데서 신간이 90% 이상을 차지하면서 비정상적으로 돌아가던 출판시장도 정상궤도로 움직이고 있다. 이에따라 출판사들의 신간 출간이 활발해졌다. 이 중 올해에는 소설과 시 등 문학서적의 책의 종수와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한국출판인회의 관계자는 “독자들이 가격에 연연하지 않고 읽을 만한 책, 좋은 책을 고르는 성숙한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 같다”고 조사결과를 전했다.

시장이 전체적으로 안정화됐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않다.

그간 논란을 빚어온 출판사의 서점 공급률이 그 하나다. 도서정가제 이전 19%였던 신간할인율이 도서정가제 이후 15%로 낮아진 만큼 온라인서점의 경우, 이에 맞게 공급률이 조정돼야 한다는게 출판사들의 주장이다. 

또한 구간도서를 팔 수 있는 출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구간을 팔 수 있는 통로가 없다. 한 트럭 당 몇 천원 꼴로 고물상으로 직행하는 수 밖에 없다. 재고를 소진하고 소비자에게 좋은 영향이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고서점의 난립도 도서정가제 이후에 나타난 이상 기류다. 신간이 중고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신간을 싸게 살 수 있는 변형된 할인시장 기능을 한 것이다. 최근 중고서점의 신간 판매는 제한하고 있지만 여전히 논란은 남아있다.

출판시장 자체를 키우는 것은 핵심 과제다. 지금까지 책을 문화적 관점에서만 접근했다면 출판산업적 측면에서 보다 근본적이고 획기적인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는게 출판계 한목소리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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