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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Insight] 유럽으로 열린 창, 상트페테르부르크
상트페테르부르크, 익숙치 않은 도시다. 지명이 여러 번 바뀐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원래 ‘레닌그라드’라는 옛 지명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의 가장 위대한 군주 중 한 사람으로 불리우는 피터대제가 당시 북방의 강자였던 스웨덴으로부터 이 지역을 탈환한 후 방어하기 위해 요새를 지은 것이 시초다. 당시 각종 제도개혁은 물론 유럽 문물을 받아들여 러시아를 근대화시키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러시아의 국민시인으로 추앙받는 푸쉬킨은 피터대제를 기리기 위해 쓴 ‘청동기마상’ 시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유럽으로 열린 창”이라 불렀다. 유럽의 문물을 받아들이기 위한 적극적인 의지와 열망을 엿볼 수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각종 궁전, 사원 등이 있는 아름다운 건축도시이며, 세계 3대 박물관의 하나로 꼽히는 에르미따쥐를 비롯해 약 200여개의 박물관이 있는 문화·예술의 도시다. 이러한 찬란한 문화유산에도 불구하고 상트페테르부르크는 한국에서 그저 ‘먼 나라’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우리와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2014년 1월부터 한국과 러시아간 비자면제 협정이 발효된 이후 많은 한국인들이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방문하고 있다. 국내 항공사에서는 여름 성수기에 주 3회 직항편을 별도로 운행하는 등 한국과 러시아의 거리를 더욱 좁혀주고 있다.

이렇게 관광, 예술과 문화의 도시로 잘 알려져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는 한편으로는 러시아 북서지역의 비즈니스 중심지다. 현대자동차, 닛산, 도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2011년부터 양산을 개시하여 2015년 이후 러시아 내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연 20만대 이상을 생산하고 있으며, 러시아 내 외국 자동차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일괄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LG전자 연구소를 비롯하여 약 30여개의 한국기업들이 진출하여 비즈니스를 선도하고 있다.

그러나 2014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유가하락과 서방의 경제제재로 인한 루블화 폭락은 러시아에 많은 경제적 어려움을 몰고 왔다. 서방의 경제제재와 러시아의 제조업 육성정책은 분명 국내 수출기업에게 ‘위협’ 요인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한편으로 우리 기업에게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 먼저, 제조업 육성에 필요한 각종 기계류의 수요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단순히 제품을 수출하는데 그치지 않고 현지기업과의 합작을 통해 공격적으로 현지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국내 기업은 제조업 기반이 약한 러시아 시장 진출을 위해, 과거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온 우리 제조업 산업의 노하우, 기술 공유와 함께 동반성장의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K-팝을 통해 한국은 이미 심리적으로 가까운 나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 기업에 대한 현지인들의 긍정적인 이미지도 큰 힘이 될 것이다. ‘유럽으로 열린 창’ 상트페테르부르크가 ‘한국으로 열린 창’이란 또 하나의 수식어를 가지게 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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