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거룩하신 하느님, 부처님, 모든 신이시여….”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서 지난 5월 국가적 행사로 ‘굿판’을 벌인 것을 두고 뒤늦게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나 해당 행사에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의 추천으로 발탁된 박승주 국민안전처 장관 내정자가 참석한 것을 두고 논란이 가열되는 분위기다.
7일 YTN은 박승주 내정자가 ‘구국 천제’ 기도회에 한 단체의 임원 자격으로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구국 천제’ 기도회는 박승주 내정자가 진행위원장으로 참석, 전통행사를 재연한다면서 광화문광장에서 굿판을 열었다. 문제는 행사의 성격이다.
흰옷을 입은 여성이 여러 신의 이름을 부르면서 의식을 치른다.
일부 단체가 나라를 위해 하늘에 제사를 지낸다는 의미다.
주최 측은 정신문화 예술인들이 갈고닦은 염력으로 행사를 치른다고 소개하고 있고 행사 중간에는 남성들이 빨간 옷을 입고 굿하는 모습도 나온다.
행사 참가자는 “대한민국 자손들, 다 편안하자고 이번 제를 올린다”고 말한다
박 내정자는 행사를 주최한 단체의 부총재이자 진행위원장으로서 하늘에 올리는 편지인 이른바 ‘고유문’을 직접 낭독했다.
일부 종교에서 단군을 칭하는 말인 ‘한배검’에게 한국을 문화경제대국으로 만들어 달라고 기도하는 내용이다.
단군 신을 모시는 대종교와 무속 신앙을 뒤섞은 행사로 보이지만 성격을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대종교와 무속 신앙 단체들도 일반적인 교리나 의식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다.
대종교유지재단 관계자는 “민족 고유의 전통 의식이랄까 이런 부분과는 전혀 맞지 않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 서울 시내 광화문광장에서 그런 행사들이 횡행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한국무신교총연합회 관계자 역시 “무속하고 동떨어진 허가를 받은 민속문화 단체가 그런 행사를 할 수 있게끔 지금까지는 묵인해온 것이 사실이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 명상 모임이 주도해 만든 이 단체는 국민이 바른 마음을 가지도록 하는 국민운동을 벌이겠다며 올해 설립됐다.
이에 대해 박 내정자는 행사 내용을 잘 알지 못하며 단순히 재능 기부 차원에서 도와준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박 내정자는 참여정부 시절 여성가족부 차관을 지낸 정통 행정 관료 출신으로 지난 2일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의 추천을 받아 국가 안전 정책과 해양경비, 소방을 총괄하는 안전처 장관으로 내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