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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新시니어①] “이 망치보단 어려요”…재능 보존과 나눔
[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기자] 50대 중반에 은퇴한 이후, 시니어들이 보내야하는 여생 30~40년은 새로운 생을 다시 살아도 될 정도로 길다.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제도와 인프라가 아직 정부 당국의 미래전략 부재로 인해 다소 늦어지고는 잊지만, 시니어 세대 스스로 다양한 제2의 인생을 설계해 나가고 있어 시니어 라이프스타일의 틀을 정립하는 점에서도, 새로운 사회 모델의 시사점을 던지는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신(新) 시니어’들의 가치있는 새 삶은 대체로 ▷가치의 전승을 위한 재능의 보존 ▷젊어서 해보지 못한 ‘포미(For Me)’ 웰빙 ▷친구, 동호회 등 다양한 모임의 영위 등 세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헤럴드경제는 새로운 삶을 꾸려가고 있는 시니어의 뉴 라이프스타일을 조명해 보았다. 이번 기획에서 헤럴드경제는 초고령자들에게 옹(翁)이라 부르지 않고 씨(氏)라고만 표기한다. 시니어세대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초고령화 시대에 ‘수염 많은 뒷방 노인네’라는 속뜻을 담은 ‘옹’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대장장이 박경원씨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제공]

“노인 한 사람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후 세대인 민관의 정책 실무자들이 더욱 가슴에 새기고 시니어의 가치를 국부의 중요한 영역으로 삼는 제도적 틀을 마련하는데 참고해야 한다. 시니어 세대 스스로 이런 가치와 재능의 전승에 나서 눈길을 끈다.

시계수리공 오태준(82)씨는 아직도 선친에게서 물려받은 100년 넘은 망치로 시계를 수리하고 있다. 오씨는 이 망치가 아들에게도 물려지기를 바란다.

“내 나이 많다 많다 하지만, 이 망치 보다는 어려요. 이건 100살 넘었거든요. 우리 아버님이 쓰시던 것. 숱한 이야기와 변천사를 담고 있는 이 망치는 우리 집 가보예요.” 오씨의 망치와 망치를 소개하는 오씨의 말에는 영혼이 담겨있다.

대장장이 박경원(79ㆍ사진)씨는 62년간 대장간에서 수없이 망치질을 해 왔다. 대장간에서 쇠를 두드리는 받침으로 쓰이는 ‘모루’, 박씨가 직접 만들어 사용하면서 그와 함께 녹슬어가는 ‘망치’와 ‘집게’ 등은 장인정신이 깃은 문화재급 유물이다.

경험이 만들어낸 금속가공의 지혜는 박씨를 거쳐 새로운 가치로 발전할 것이다. 창원의 두산중공업 공장에는 여전히 대장장이 망치질 하는 듯한 거대 금속가공 설비가 있다.

재단사 이경주(72)씨는 아버지로부터 가업과 기술을 물려받고, 손님이 만족할 수 있는 양복을 제작하고자 노력한다. 양복 제작용 자, 채촌계(採寸計), 손님의 몸에 맞추려는 그의 꼼꼼한 자세는 우리 사회의 재산이다.

“대나무가 가볍고 편하지만, 자꾸 갈라진다”는 이씨의 말 속에는 단단하면서도 가벼운 도구를 후손들이 만들어줄 것을 기대하는 마음도 담겼다.

농부 임대규(82)씨는 59년간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노트와 달력에 꼼꼼히 기록하여 보관하고 있는데, 그 자료들은 방 두 칸에 보관되어 있다. 전시장에서는 농사일과 가정의 대소사, ‘88 서울 올림픽’ 등 국가의 중요행사를 기록한 ‘4292년(1959) 농사일기’, ‘88 서울 올림픽 기록 달력’, 그리고 인터뷰 영상 등을 볼 수 있다.

임씨는 “농사를 짓기 위해서 처음 기록을 시작했는데, 기록은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더라”고 말했다.

실버악단과 밴드 활동도 활발하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이들 시니어가 후세에 남기기 위해 지금도 애지중지하는 영혼 깃든 민속유물들을 오는 14일까지 일반에 공개한다. 그들의 지켜내고자 했던 장인정신이 동영상 인터뷰를 통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시니어 세대 규레이터 조용문(76)씨가 시니어세대의 연륜과 경험에 관해 직접 교감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만든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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