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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위에서 만나는 연극 ‘로드씨어터 대학로’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사실은 대학로 주택가 사이를 지나가는 고양이도 세심한 연출의 하나 일지 모른다. 어쩌면 저 연극 포스터도 이번 연극을 위해 일부러 붙여놓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헤드폰에서 나오는 배우의 목소리와 음악을 들으며 걷다보면, 이 길이 바로 연극무대고 나는 관객인지 공연 참여자인지 알 수 없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박명진)가 대학로에서는 예술가들의 삶과 그들의 공간인 대학로를 체험하고 공연에 참여하는 관객 참여형 공연 ‘로드씨어터 대학로’를 선보인다.

‘로드씨어터 대학로’는 세계적으로 보편화되고 확산되고 있는 공연 형식 ‘이머시브 연극(Immersive Theater)’의 개념을 활용한 신개념 공연이다. 연출을 맡은 이곤씨는 “이머시브란 ‘물에 푹 젖다’는 뜻인데 이처럼 관객이 연극 속에 들어와 참여하는 체험적 공연”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이머시브 연극으로는 ‘슬립 노 모어 (Sleep No More) 슬립 노 모어(Sleep no more)’가 꼽힌다. 미국 뉴욕 첼시의 물류창고를 개조해 만든 매킷트리 호텔에서 펼쳐진 이 연극은 셰익스피어의 맥베드가 작품의 줄거리가 되며, 관객이 가면을 쓰고 각 방을 돌아다니며 극에 함께 참여하며 관람하는 공연으로 공연계에 센세이셔널을 일으켰다.

로드씨어터 대학로의 무대는 한국 공연예술의 ‘메카’ 대학로다. 관객은 스마트폰을 통해 로드씨어터 대학로 홈페이지에 접속해 공연에 참여할 수 있다. 극장-골목길-술집-길거리-극장으로 이어지는 대학로의 특징적 공간을 이동하며 대학로의 곳곳을 다시보게 된다. 각각의 포스트에는 배우들이 대기하고 있어, 자신의 삶이 그대로 투영된 단막극을 보여준다.

캐스팅 발표를 앞둔줄 알았던 공연이 엎어지고, 우울해진 배우는 혼자 자신의 자취방에 조용히 들어가 연극의 파편들을 버리고 싶다. 그의 자취방으로 향하는 낮은 언덕과 골목골목은 술집과 공연장으로만 가득한 줄 알았던 대학로가 ‘생활’공간이기도 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더불어 대학시절 첫사랑과 혹은 친구들과 연극을 보러 몰려다녔던 그 시절의 관객 자신을 만나는 것은 덤이다.

공연에 참여하는 배우의 이야기는 사실 자신의 이야기에 기반한다. 실제로 연극이 시작도 전에 사라지는가 하면, 비보이로 활동하는 배우이자 춤꾼, 연극인이지만 생활을 위해 요가강사로 활동하는 인도배우 등 극에 기반한 연기가 아닌 연기자에 기반한 스토리가 1시간 50분 공연을 이루고 있다.

예술위 관계자는 “로드시어터 대학로에 이어 로드시어터 홍대 등 다른지역, 향후에는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의 다른 지역의 도시들을 기반으로 한 공연을 선보일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극의 내용도 참여하는 배우에 따라 바뀔 예정이다.

관람시간 중 1시간 가량 걸어야하니, 연극에 ‘참여’하고자 한다면 운동화가 필수다. 비가 온다고 해도 우비를 입고 공연은 계속된다. 헤드폰을 끼고 이동하는 만큼 도로를 걸을 땐 안전사고에 유의해야한다. 공연은 오는 4~6일, 11~13일에 열린다. 관람료는 2만원. 헤드폰 대여료와 보조배터리가 포함됐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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