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현지시간) ‘‘박근혜 대통령은 서울의 스벵갈리에 대해 확실히 밝혀야한다(Park should come clean over Seoul Svengali)’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FT는 “아무런 공식 직위도 없이 박 대통령의 개인사에서 일부 정신적인 역할만 한 사람이 국가수반에 대해 스벵갈리와 같은 장악력을 얻었다는 것이 (사람들) 인식”이라고 밝혔다.
스벵갈리는 다른 사람의 정신을 조종하는 최면술사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프랑스ㆍ영국계 작가 조르주 뒤 모리에의 소설 ‘트릴비’(1895)에서 스벵갈리는 가난한 음치 소녀 트릴비에게 최면을 걸어 디바로 만든다. 스벵갈리가 죽자 트릴비는 노래와 무대에 관한 모든 것을 잊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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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게티이미지] |
FT는 이번 사태가 국내에 국한되지 않고 아시아에서 힘의 균형을 뒤흔드는 스캔들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북한의 무력 도발 앞에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를 결정하는 등 안보 측면에서 어려운 결정을 하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FT는 “현재의 정치 위기에 지역협력 강화 능력이 저해되면 평양은 더 대담해지고, 한국ㆍ일본이라는 축이 침식된다면 필리핀이 중국으로 기운데 이어 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FT는 “박 대통령이 살아남으려면 개각 이상을 해야 할 것”이라며 “최 씨로부터 공개적으로 멀어져야 하고 그들 관계의 본질을 명백히 밝혀야하며, 친구를 사법처리에서 보호하려는 어떤 모습도 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최순실씨의 아버지인 고(故) 최태민씨가 ‘한국의 라스푸틴’으로 불린다는 점과 ‘팔선녀’ 비선 모임 의혹을 거론하면서, 한국 대통령이 신비주의나 샤먼에 빠진 유일한 지도자는 아니라고 보도했다.
WP는 2008년 군주제 폐지 전 네팔의 왕정에서 점성술사들로 구성된 자문단을 뒀으며, 마힌다 라자팍세 전 스리랑카 대통령은 2005년과 2010년 대선 승리를 예측한 점성술가를 뒀다고 소개했다. 2008년 나이지리아 전직 대통령이 이슬람 예언가와 함께 자신의 암살을 꾀했다며 정적을 비난한 일도 있었다.
한편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한국의 위험한 권력 집중’이라는 기사를 통해 이번 스캔들이 한국 정치의 일련의 문제와 약점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삼성, 현대와 같은 대기업이 성공한 방식이 한국의 선거에도 적용됐다며 현대건설 최고경영자(CEO) 출신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표적인 예라고 밝혔다.
글로벌타임스는 “하지만 이는 일부 소수에게만 권력이 집중되는 숨은 문제점을 드러냈다”며 “최순실 스캔들은 우연히 일어난 것이 아니라 한국에 장기적으로 있었던 문제들이 반영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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