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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능 앞둔 고3교실 뒤숭숭 “최순실이 ‘꿈’ 앗아갔다”
“열심히 해도 부질없는 일 같다”

“검사가 장래희망…이젠 바꿨다”

시위동참 고민도…안타까운 현실


“우리나라 대입 전형은 수시-정시-승마 아닌가요?”, “혹시 최순실이 면접 시사질문으로 나올까요? 준비해야 할까요?”

대학수학능력시험(11월 17일)을 보름 앞둔 고등학교 3학년 교실이 뒤숭숭하다. 청와대 ‘비선 실세’ 최순실 씨 국정농단 사태로 수험생들이 허탈함과 분노, 자조, 무기력 등 극도의 불안감 속에 수능 준비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학부모와 교사들은 가슴을 졸이며 수험생을 다독이고 있다.

2일 교육계와 입시 관련 커뮤니티 등을 보면,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실망감이 폭발하고 있다. 공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각종 특혜와 이권을 차지한 이들과 이를 용인한 사회에 대한 분노다.

서울 서초구의 수험생 A군은 “꿈이 사라졌다. 악착같이 공부해서 대학 가고 내가 꿈꾸는 일들을 이루고 싶었는데 이번 사태를 보니 다 부질없는 일 같다”고 했다. 수원시의 B양은 “사람들이 금수저 흙수저 얘기할때 크게 공감하지 않았다. 열심히 공부하고 성실하게 일하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최순실 뉴스를 접할 때마다 너무나 큰 실망감과 자괴감에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토로했다.

서울 송파구의 학 수험생 학부모는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아이가 너무 화가 나 있어 걱정된다”며 특히 최씨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학 및 학사특혜 논란에 대해 “열심히 공부해 대학 준비하는 아이들이 더이상 박탈감을 안느꼈으면 좋겠다. ‘힘’ 있는 엄마 덕에 쉽게 대학을 가는 부정한 일들이 제발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다른 학부모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우리나라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들 교육을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236만명의 고교생 회원들이 가입한 인터넷 사이트 ‘수만휘’에는 수능을 앞둔 상황에서도 최순실 사태로 인한 불안한 감정들을 공유하는 글들이 넘쳐난다. 한 수험생은 “검사가 장래희망이었는데 이번 사태 초기에 검찰의 미진한 대응을 보고 꿈을 바꿨다. 너무 실망스럽다”고 했고 다른 수험생은 “정말 화가 난다. 내가 지금 이렇게 공부하고 있는 게 잘하는 일인가 싶다. 수능이 코앞이지만 거리에 나가 집회에 동참해야 하는게 맞지 않을까”라며 고민하기도 했다. 이 글에 대해 수험생으로서 시위에 동참하는 게 맞는지에 대해 찬반 댓글이 이어지기도 했다.

고3 담임 교사들은 수험생들의 불안한 마음을 다잡느라 분주하다. 서울 용산구의 한 교사는 “수능에 가장 집중해야 할 시기인데 어른으로서 참 미안하다. 아이들이 겉으로 큰 동요는 없지만 불안한 감정이 드러난다. 최대한 학습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중고교생들 사이에서도 시국선언 등 최순실 파문 규탄 움직임이 시작됐다. 서울의 J고 3학년 학생들은 지난달 28일 박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을 통해 “대통령은 즉시 청와대에서 물러나 일반 국민의 일원으로 신성한 법정에 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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