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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량 혁명 vs 밥상 위 살균제…GMO, 그 끝없는 논란
1996년 유전자변형 기술로 만든 콩과 옥수수가 등장한 이후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유전자변형생물체)는 올해로 상업화 20년을 맞았다. 식량자급률 23%대 수준인 한국에서 농업생산성이 월등한 유전자변형농작물의 수입은 불가피하다. 지난해 수입한 유전자변형 농작물은 215만 톤. 국민 한 사람당 약 40kg의 GMO를 소비했다. 이미 대한민국 밥상은 GMO의 영향권 안이다. 그럼에도 GMO의 ‘안전성 논란’은 20년 째 ‘뜨거운 감자’다. 학계, 식품기업, 시민단체에선 논쟁이 팽팽하지만 대다수 소비자들은 난립한 정보의 취사선택조차 쉽지 않다. 제대로 알아야 판단과 선택이 가능하다. GMO는 식량자원 확보를 위한 ‘혁명’일까, 안전을 위협받는 ‘밥상 위의 살균제’일까.


유해성 입증 사례 없고 황폐화 된 땅도 살려

최근 미국의 한 유기농단체에서 제작한 ‘유전자 룰렛-생명에 대한 도박’이라는 다큐멘터리가 화제가 됐다. 학계에선 이 영화로 인해 “GMO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GMO를 먹으면 유전자 변형이 일어나냐”는 질문마저 나온다. 이 정도면 괴담에 가깝다.

GMO는 “식물 유전자 2만~10만개 가운데 1~3개의 외래 유전자를 주입해 목표 유전자를 만든”(최낙언 식품공학전문가) 작물이다. ‘유전자 변형’이라는 용어에 대한 거부감과 과학적 근거에 대한 지식 부족으로 소비자 역시 GMO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다. 그러나 과학의 테두리 안에서 GMO 유해성에 대한 근거는 없다.

“사람으로 치면 800년…유해성 입증 없다”

안전성 논란에 대한 과학계 입장은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는 데 있다. “현재까지 GMO 소비로 인간이나 동물에게 유해성이 입증된 사례가 단 하나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장호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장은 “과학적 팩트에 기초한다면 안전성 심사를 받아 유통되고 있는 GMO는 마음 놓고 소비해도 된다”고 말했다. 소비자단체의 정서는 다르다. 과학적 입증 결과보다 ‘미래 위험성’을 더 우려한다. 한국식량안보재단 이사장인 이철호 고려대 명예교수는 이에 “지난 20년간 여러 세대에 걸쳐 키운 실험쥐들이 유전자변형사료를 먹고 40세대를 살았다”며 “사람으로 환산하면 800년간 유전자변형사료를 먹은 셈이다. 하지만 아무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암 걸린 쥐“실험 내용 미비…반론 나왔다”

GMO를 반대하는 측에서 가장 많이 인용하는 것은 프랑스 칸 대학의 질-에릭 세라리니 교수의 연구 결과다.

연구진은 2년 간 글리포세이트 저항성 GM 옥수수(NK603)를 먹은 쥐가 그렇지 않은 쥐에 비해 2~3배 빨리 죽었으며, 종양이 생겼다는 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실험에선 암을 억제하는 약품을 검사하기 위해 생후 18개월이 되면 암이 발생하는 특이종을 썼다. 이철호 교수는 “2년 간 실험을 하면 그 사이 암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낙언 식품공학전문가는 실험설계(대조군 부족)와 결과(통계적 유의성이 없다는 점)에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해당 논문은 실험에 관계된 내용이 미비”(김해영 경희대 식품생명학과 교수)해 철회됐으며, 반론실험도 이미 진행됐다. “유럽연합(EU)의 식품 담당 부서에서 2년 간 장기 실험을 한 결과 문제가 없다는 것이 리포트”(김해영 교수) 됐다.

글리포세이트 논란“GMO만의 문제가 아냐”

GMO 안전성 문제엔 글리포세이트의 발암성이나 생분해 유무 논란이 따라다닌다.

최낙언 식품공학전문가는 그러나 “글리포세이트는 GMO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글리포세이트는 현재 GMO를 재배하고 있지 않은 한국에서도 흔히 사용하는 제초제다. 식용유ㆍ전분당으로 만들어쓰는 GMO에선 도리어 검출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최낙언 식품공학전문가는 “농약에 의한 피해는 1980년대보다 2016년 현재 10~50분의 일로 줄었다”며 “글리포세이트는 제초제 중에서도 독성이 적고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철호 교수 역시 “농약의 2A급 발암물질이라는 것은 고기 구울 때 나오는 발암물질 정도”라고 설명했다.

생태계 파괴?“황폐화된 땅도 살렸다”

유전자 이동에 의한 생태계 교란, 슈퍼 잡초의 발생, 토종 품종의 멸종에 의한 생물 다양성 감소 역시 안전성 논란의 핵심이다.

이철호 교수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봤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도 방글라데시의 유전자변형 가지 사례를 들며 긍정적 측면을 강조했다. 가지가 주요 식재료인 방글라데시에선 병충해가 심해 1년 경작에 180회의 농약을 치고 있다. 이 교수는 “농약중독과 생태계 파괴가 심각했는데, 농약을 뿌리지 않아도 견디는 가지를 개발하니 황폐화된 땅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GMO는 진화한 육종기술…육종보다 안전”

GMO에 대한 불안의 근거는 ‘자연계에선 없는 현상’인데, ‘인위적으로 종간의 경계를 뛰어넘었다’는 데에 있다. 이철호 교수는 그러나 “최근 유전체 연구에서 자연 돌연변이 중 미생물의 유전자가 식물에 들어오는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찬성론자들은 때문에 GMO는 전에 ‘없던 기술’이 아니라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육종 기술”(이철호 교수)이라고 부른다. 옥수수 역시 “GMO 개발 이전부터 인위적 작물”이었으며, “돌연변이 종으로 개량을 거듭”(최낙언 식품공학전문가)했다.

전문가들은 “GMO는 전체 유전자의 1만분의 1도 안 되는 유전자를 추가”한 것으로 이는 “머리카락 하나 이식한 수준”(최낙언 식품공학전문가)이라고 강조한다. 추가된 유전자가 문제가 된 연구결과는 없을 뿐더러 “GMO는 육종 중에서도 유전자 변화가 가장 적고 안전하다”(최낙언 식품공학전문가)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20년간 먹어왔다고?…관찰없이 방치 된 것

“안전성이요? 다국적 기업과 대기업이 만든 허상입니다. 기업이 주는 연구비에서 자유롭지 못해 과학자들이 침묵하는 가운데 이득은 기업이 보고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죠.

26일 기자가 만난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ㆍ유전자변형생물체) 반대론자들은 이렇게 한결같이 입을 모았다. 이들은 이제라도 소비자들에게 GMO에 대해 정확히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GMO, 20년간 안전? 20년간 방치

GMO의 안정성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현재로선 GMO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동물 실험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훈기 홍익대 교양과 교수는 “많은 찬성론자들이 프랑스 칸 대학 세라리니 연구진의 쥐 실험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지만, 이 논문이 시사하는 바는 90일간의 GMO 독성시험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면서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유럽처럼 반복 투여도 아닌, 14일간의 단회 투여 시험만 거칠 뿐”이라고 말했다. 앞서 세라리니 연구진은 쥐의 평균 수명인 2년간 쥐에게 GMO 농작물 등을 먹이자, 쥐에 큰 종양과 장기 기능 장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또 “찬성론자들은 20년간 GMO를 먹어왔음에도 별 일 없지 않았느냐고 주장하지만, 그건 관찰해 온 결과가 아니라 그저 먹어온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실험 설계 잘못됐다면 실험으로 반박해야

김은진 원광대 법학대학원 교수도 “찬성론자들은 항상 GMO의 부정적 영향과 관련된 실험에 대해 ‘설계가 잘못됐다’고 말하지만, 제대로 설계된 실험으로 반박한 적은 없다”고 답답해 했다. 지난 2002년 영국서 이뤄진 실험이 단적인 예다. 그간 GMO 유전자는 단백질이기 때문에 위에서 소화돼 장까지는 도달하지 못한다고 알려져왔다. 그러나 영국 뉴캐슬대학 연구팀이 장의 일부를 절개한 7명의 사람들에게 GMO농산물을 먹인 결과, 이 중 3명의 장 내 박테리아에서 살충성 유전자가 검출됐다. 산업계, 과학계에선 실험 결과가 ‘정상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교수는 “사람이 1년 365일 늘 건강한 것도 아니고, 성장기 어린이, 노인들에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충분한데도 ‘실험 설계’ 때문에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GMO 제초제, 암 유발, 환경오염 자행

GMO 작물에 쓰이는 제초제, 글리포세이트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3월 글리포세이트가 태아 기형, 몸의 호르몬 교란 등을 유발한다며 2A급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글리포세이트는 또 땅과 지하수, 바다를 오염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리포세이트의 더 큰 심각성은 사용량이 점점 늘어난다는 데 있다. 오랫동안 GMO를 연구해왔던 임학태 강원대 의생명과학대 교수에 따르면 GMO 작물에는 글리포세이트 저항성 유전자가 들어 있어 제초제가 살포돼도 잡초와 달리 죽지 않는다. GMO와 글리포세이트가 각광받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글리포세이트의 사용량은 증가하는 추세다. 제초제에 죽지않는 슈퍼 잡초가 등장한 것이다.

2세대 GMO 출시돼도 합성 DNA문제는 잔존

글리포세이트 문제가 대두되며 GMO 기업에서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2세대 GMO 출시를 준비 중이지만, ‘합성 DNA’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임 교수에 따르면 유전자들은 수평 이동을 한다. GMO 찬성 측에서 ‘미생물의 경우 이종간 DNA 결합이 자연적으로 일어난다’며, GMO가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자연적으로 발생된 DNA와 달리 GMO DNA는 합성된 것이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것이 임 교수 생각이다.

임 교수는 “슈퍼 박테리아가 생긴 것도 몸 속 세균이 카나마이신 저항성 유전자 조각을 삼키며 메가 게놈으로 거듭났기 때문”이라며 “합성 DNA를 양분으로 삼은 미생물이 어떤 복합세균미생물로 거듭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역설했다.

GMO 연구 자유롭지 않은 현실, 문제

일각에선 정부, 기업이 제공하는 연구비에서 자유롭지 못한 환경이 GMO의 진실을 감추고 있다고 보고 있다. 김훈기 교수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GMO 독성연구가 활발히 이뤄지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기업이나 정부가 그 돈을 줄리 만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세라리니 연구진도 쥐 실험에 수백억이 들었는데 그 연구비를 제공한 것도 민간 재단이었다”며 “사회적 분위기가 ‘새로운 품목을 빨리 개발해 성공하자’가 주를 이루는 게 문제”라며 아쉬움을 털어놨다. 임 교수도 “과학자들이 연구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니 대기업이 원하는대로 해줄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서 “국내 옥시파동이 바로 그런 것 아니냐”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박혜림 기자/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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