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ㆍ최서원으로 개명) 씨의 체포시한이 다가오면서 검찰과 최 씨 측이 치열한 법리공방에 돌입했다. 검찰은 최 씨가 구속될 만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보고 이를 입증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최 씨는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된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2일 오전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최 씨를 다시 불러 사흘 연속 강도높은 조사를 이어간다. 전날 조사에서는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 한웅재)가 먼저 미르ㆍ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 의혹을 추궁하고 이후에는 특수1부(부장 이원석)가 전격 투입돼 청와대 문건 유출 등 ‘국정농단’ 의혹의 사실 관계를 집중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최 씨는 “자신은 비선 실세가 아니다”고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
| [사진=‘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ㆍ최서원으로 개명) 씨의 체포시한이 다가오면서 검찰은 최 씨의 범죄 혐의 입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최 씨는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된다.] |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최 씨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최 씨와 거리가 멀어진 측근들을 적극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최 씨가 “K스포츠재단 설립과 운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는 기존 주장과 달리 재단 사업 전반에 깊숙하게 개입한 것을 의심케 하는 자필메모를 검찰이 최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 씨 구속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지 주목된다.
이날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최 씨는 지난 3월 K스포츠재단 회의 석상에서 태권도 시범단 설립과 남북교류사업 등 재단이 추진하는 역점 사업의 진행 경과와 향후 협의내용을 담은 자필메모를 정현식 전 재단 사무총장 등에게 직접 넘겼다. 이 메모에는 ‘출연 기업 관계자들에게 재단의 추진 사업을 설명하고 추가 투자를 이끌어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있었고, 정 전 사무총장이 이 문건을 직접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의 필적이 최 씨 본인 것으로 확인될 경우 “K스포츠재단 관련 사업을 일일이 챙긴 적 없다”고 주장해 온 최 씨 측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최 씨 실소유 회사인 더블루K의 임원을 지낸 고영태 씨와 이성한 미르재단 전 사무총장의 행보도 눈여겨볼 대목으로 꼽힌다. 두 사람은 최 씨 최측근으로 알려졌지만, 최 씨의 국정농단 정황을 언론에 전격 폭로하면서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촉발시킨 장본인들이다.
펜싱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고 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들고 다녀 화제가 된 가방 브랜드 ‘빌로밀로’를 만든 인물이다. 그는 최 씨의 최측근으로 지냈지만 최근 언론을 통해 “최 씨가 제일 좋아하는 건 연설문 고치는 일”이라고 폭로하며 의혹을 증폭시켰다.
이후 JTBC가 최 씨의 태블릿 PC를 입수해 최씨가 연설문과 외교문서 등 기밀문서를 사전에 입수해 왔다고 보도하고, 박 대통령은 사실상 이를 인정하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 바 있다. 그는 지난 소환조사에서 검찰 측에 비교적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때문에 최 씨가 계속 혐의를 부인할 경우 고 씨와의 ‘대질심문’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검찰은 미르와 K스포츠재단의 자금 일부가 최 씨 개인회사로 흘러들어간 정황을 잡고 횡령과 배임 혐의를 우선적으로 적용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bigroot@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