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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즐겨먹었는데 슈퍼푸드? 인도인의 전통 식재료 그 효능을 다시보다
강황, 타마린드, 모링가…

최근 서구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슈퍼푸드의 목록에 인도인들은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 오랜 기간 서양의 것이라면 좋은 것으로 알고 식생활 역시 서구식이 선진적인 것이라 믿고 있었는데, 오히려 서양인들은 인도 사람들이 오래 전부터 먹어오던 전통 식재료에 열광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스모닝차이나포스트(SCMP)는 최근 인도의 이같은 분위기를 전하며, 인도에서도 자국산 전통 슈퍼푸드를 새삼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에서 아이들이 감기에 걸릴 때 어머니들은 주로 우유에 강황가루를 타서 주곤 한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강황 라떼’다. 인도인들은 오랜 관습에 따라 그렇게 했을 뿐, 누구도 그것이 연구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것이 건강에 좋다고 딱히 홍보하는 이도 없다. 인도에서 강황은 그저 어느 여염집 주방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흔하디 흔한 향신료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황 라떼는 이제 ‘건강 음료’라는 설명을 달고 세계 곳곳의 카페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널리 퍼지고 있다. 얼마 전 미국에서 발간된 식품 트렌드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에서 강황에 대한 검색량은 지난해 11월에 비해 올해 1월에 56%나 증가했다.

강황만이 아니다. SCMP는 베텔 잎, 잭푸르트, 코코넛 오일, 아마란스, 자문 등 인도에서 오래전부터 즐겨먹어온 식재료 중 일부만 열거해도 차세대 슈퍼푸드의 재목들이 넘쳐난다고 했다. 가령 인도에서 ‘아믈라’라고 불리는 구스베리는 ‘비타민C 폭탄’이라 할 정도로 함유량이 많고, 항산화 물질과 노화방지 물질도 풍부하다.

또 라기(수수) 역시 몸에 이로운 효과가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찬드라 반 프라사드라는 칼럼니스트에 따르면 라기는 전통적으로 브라만 계급에게는 가축에게 주는 사료였고, 가난한 달리트(불가촉천민)에게는 자신들이 먹는 주요 식재료였다. 그럼에도 달리트가 유년시절만 죽지 않고 무사히 넘길 수 있다면 80대까지 건강하고 활동적으로 살 수 있도록 해주는 원천이라고 프라사드는 추정한다.

문제는 인도인들의 자국 식재료에 대한 인식이 미미해, 건강상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려는 노력도 부족하고 이를 상품으로 개발하려는 움직임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장조사회사 민텔의 트렌드 혁신 컨설턴트인 네하 나야크는 “서양 소비자들은 새로운 제품 이용에 열심히 도전하고 기업들도 대중 시장을 노린 브랜드를 만드는 마케팅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인도에서는 길에서 많이 팔리는 코코넛 워터조차도 대중적인 브랜드로 나타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한 이유에 대해 “어떤 음식의 효능이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전에 서양이 먼저 입증을 해줘야 하는 구조가 있기 때문”이라며 “요가도 서양에서 열풍이 분 뒤에야 인도에서 인기가 높아지게 됐다”라고 했다. 일종의 ‘트렌드 역수입’인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인도인들이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웰빙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서양에서 자국 전통 식재료가 슈퍼푸드 대접을 받는다는 것을 알면서다. 다부르와 히말라야 같은 오랜 식품 회사들은 전통 인도 식재료 라인을 강화하는 데 착수했다. 뉴델리에는 슈퍼푸드 등 건강지향 식재료 전용 매장이 생겼고, 유명 요가 구루인 바바 람데브는 ‘파탄잘리 푸드’라는 건강식 브랜드를 출범시켰다. 관련 스타트업도 다수 출현했다.

한 식품회사 매니저인 니말 라이엔은 “인도에 대형 슈퍼푸드 브랜드가 출범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라면서도 “서구화된 식생활을 따랐던 인도 사람들이 전통 음식으로 돌아오고 있으며, 몇몇 회사들은 진지하게 전통 식재료의 슈퍼푸드로서의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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