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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혐오 넘어 공포가 된 美 대선…혁명전쟁ㆍ폭동 우려에, 증시자금 이탈까지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판이 공포로 치닫고 있다.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공개적으로 ‘대선 불복’을 밝히면서 선거 당일 폭력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고, 선거 결과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미국 증시에서는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 대선 기간 내내 응축된 분노와 혐오의 에너지가 폭발 직전의 임계점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폭동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50여명의 트럼프 지지자들을 상대로 한 인터뷰 내용을 전하며 “일부 트럼프 지지자들은 (힐러리 승리 시) 자신들의 걱정꺼리와 절망이 잊혀질 것이라 걱정하고 있으며, 다른 일부는 국가가 폭력적 충돌을 맞게 될 것이라 믿고 있다”라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위스콘신의 자레드 할브룩(25)이라는 유권자는 대선을 도둑맞아 트럼프가 패배할 경우 ‘혁명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며 “사람들은 힐러리를 백악관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진설명=힐러리 클린턴은 백악관행이 좌절된다면 감옥행에 처해질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즉시 ‘이메일 스캔들’에 대한 특검을 실시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27일(현지시간) 오하이오의 트럼프 유세장에서 힐러리의 탈을 쓴 사람이 죄수복을 입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은퇴 교사인 로저 필라스(75)도 “나라가 이렇게 분열돼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힐러리는 ‘함께하면 강하다’고 말하지만 ‘함께’라는 것 자체가 없다”라며 “폭동이 일까 두렵다”고 했다.

미 일간 USA 투데이와 서퍽 대학의 공동 여론조사에서는 투표할 가능성이 큰 응답자의 51%가 선거날 폭력 발생을 우려한다고 답했다. 전직 공화당 하원의원 출신의 극우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인 조 월시는 트위터에서 트럼프가 낙선하면 머스킷 총을 들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는 트럼프가 이달 중순 “선거가 조작됐다”며 대선 불복을 언급한 이후로 점점 더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는 지지자들에게 선거 조작을 막기 위해 투표소를 잘 감시하라고까지 하고 있다. 공식 선거 관리단이 있음에도 ‘자경단’을 만들 것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의 ‘선거 자경단’이 실제로 투표소 주변에 진을 칠 경우 힐러리 지지자들과 충돌을 빚을 수 있다. 또 대다수가 힐러리를 지지하고 있는 유색인종은 심리적으로 위축돼 투표소에 나오지 않게 될 수도 있다. 이에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26일 “트럼프와 공화당 전국위원회(RNC)가 (투표소 감시를 부추겨) 소수인종 유권자들의 투표권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연방법원에 고소했다.

힐러리 지지자들도 폭력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노스캐롤라이나 오렌지카운티에 있는 공화당 지역 본부 사무실에선 지난 15일 ‘나치 공화당원들은 마을을 떠나라’라는 메시지를 남긴 화염병 방화 사건이 발생했다.

폭력 사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투표소를 제공하는 미국 공립학교들도 줄지어 대선 당일 수업을 취소하고 있다. 자녀의 안전을 우려한 학부모의 요청도 빗발친 데 따른 것이다. 미 NBC 방송에 따르면 수년전부터 선거 당일 수업을 하지 않은 뉴욕주(州) 외에도 메인, 뉴저지,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일리노이, 네브래스카 등 여러 주가 수업을 취소했다.

힐러리로서는 가급적 큰 표 차로 승리하는 것이 대선 불복론을 잠재우고 트럼프 지지자들의 기세를 꺾는 길이지만,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힐러리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자신이 고문으로 속한 기업을 통해 고액강연을 주선받거나 가족재단인 ‘클린턴재단’에 수천만 달러의 기부금이 흘러들어가도록 한 정황을 담은 문서가 27일 위키리크스에 의해 공개돼 ‘부패한 정치인’이라는 힐러리의 이미지가 강화됐다. 이날 CNN방송은 플로리다와 네바다 2개 주를 ‘힐러리 우세’에서 ‘경합’으로 변경했고, 리얼클리어폴리틱스 역시 펜실베이니아를 ‘힐러리 우세’에서 ‘경합’으로 바꿨다.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공포는 경제 분야에까지 번지고 있다. 미국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최근 한 주 동안 미국 뮤추얼펀드에서는 2011년 8월 이후 최대 규모인 170억 달러(19조5000억 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는데, CNN머니는 이러한 현상이 미국에서만 두드러지고 있다며 대선 결과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리노 트레이딩 파트너스의 수석 전략가인 마이클 블록은 “힐러리가 이길 가능성이 높지만 그것이 좋은지 나쁜지는 따져봐야 한다. 트럼프 역시 친기업이라고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누구도 정확히는 모른다”라고 말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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