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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산 없어서…서울 장기미집행 공원ㆍ녹지시설 ‘여의도의 20배’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1. 마포구 성산 완충녹지는 1970년대 석유파동을 계기로 1976년 건설된 석유비축기지 인근의 12만6268㎡의 녹지다. 비축유를 2000년 12월 용인으로 이송한 뒤 2015년 5월 도시계획시설 변경이 확정됐다. 녹지는 40년 만에 공원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2. 경인 제1ㆍ2완충녹지는 철도운행의 소음을 완화하고자 1978년 지정됐다. 공업단지와 주거지가 섞인 지역으로, 오랫동안 방치되면서 대부분 구간에는 불법건축물이 들어섰다. 소음 민원은 많아 본래 취지도 무색해졌다. 토지의 종류를 구분하고 활용하기 위해선 보상이나 매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성산 완충녹지는 석유비축기지 인근에 결정된 곳이다. 2000년 비축유가 용인으로 이송된 이후 본래 역할이 사라졌다. 시는 일대를 공원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택지개발공사가 진행 중인 구 석유비축기지. [사진제공=서울연구원]

삶의 질이 주거환경의 핵심요소로 떠오른 가운데 예산문제로 사업이 중단된 서울시의 장기미집행 공원ㆍ녹지시설의 규모가 여의도의 20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적인 안전장치와 현실적인 도시계획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연구원이 최근 발행한 ‘장기미집행 시설녹지 보상 우선순위 기준 정립방안’에 따르면 서울시의 시설 녹지 보상 투입예산은 2008년(259억원) 이후 급속히 감소해 지난해에는 10억원에 그쳤다. 작년 공원ㆍ녹지관련 예산이 총 3239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0.31%에 불과한 수준이다. 공원ㆍ녹지의 집행 의지가 시의 열악한 재정과 낮은 활용도로 사각지대로 밀려났다는 의미다.

서울의 시설녹지는 방음을 목적으로 하는 완충지가 많다. 하지만 그 역할을 하는 곳은 적다. 오랫동안 방치되면서 무단점용도 이뤄졌다. 사진은 경의 제2완충녹지 모습. [사진제공=서울연구원]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시설 조성을 위해 지정한 구역이다. 지정 때 토지 소유자는 보상을 받지 못한다. 녹지시설은 공공시설을 보호하고 공해ㆍ재해를 방지하기 위해 지정되는 곳이다.

2014년 기준 미집행 상태인 공원과 녹지는 여의도 면적(2.9㎢)의 약 20배에 달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자료를 살펴보면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공원 면적은 총 112.74㎢로 나타났다. 이 중 미집행 면적은 56.65㎢로 미집행 비율이 50.3%였다. 또 시설녹지의 미집행 면적은 0.74㎢로 공원과 도로(5.42㎢) 다음으로 넓었다. 미집행 비율은 2008년 77.6%에서 82.8%로 증가했다.

서울시 시설 녹지 보상 투입비 추이 [자료제공=서울연구원]

문제는 2020년 이후다.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일몰제 시행이 눈앞이다. 시의 입장에선 ‘발등의 불’이다. 개발 제한이 해제된 이후 시가 사전에 계획했던 사업을 하려면 토지 소유주에게 보상하거나 토지를 매입해야 한다. 예산이 없어 추진하지 못한 시설을 보상하기도 막막한 데다, 효과적인 활용안도 없어 시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서울시의 경제적 가치를 측정한 지표를 살펴보면 보상비(공시지가)가 가장 적은 녹지의 필지당 가격은 40만4000원이었다. 가장 높은 필지는 경부고속도로 완충녹지로 2734억8000만원에 달했다. 평균적으로 1개 필지당 52억원을 보상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서울시 시설별 도시계획 현황 변화. [자료제공=서울연구원]

공원ㆍ녹지시설이 있는 곳에선 인구 밀집과 지역개발 압력으로 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시의 부담도 눈덩이다. 서울시의 2014년 기준 미집행 추정 사업비는 한 해 예산의 31% 수준인 8조1000억의 비용이 필요하다. 여기에 일몰제 이전 장기미집행 시설을 해결하기 위해선 예산의 51%인 14조원에 가까운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토지 가치를 둘러싼 이해당사자간 대립도 여전하다.

서울연구원 관계자는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이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미집행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미집행 기간이 길어질수록 보상비가 증가하기 때문에 여건에 맞게 관리계획을 세우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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