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현장에서] 보수의 눈물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단상에 선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10분간 이어진 대정부 질의 내내 울음을 쏟을 듯했다. 일부 대목에선 눈물을 삼켰다. 그는 “최순실씨가 어떤 사람인지 정말 궁금하다”며 “대단한 능력자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부산 해운대갑이 지역구인 하 의원은 “대통령을 찍은 손가락을 자르고 싶다고 하루에도 수십통의 문자가 온다”고도 했다.

이날 총리와 주요 부처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배석한 가운데 열린 예결특위의 분위기는 침통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과 의미는 그토록 분명했다.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대통령의 모든 언행이 의혹에 휩싸였다. 세월호 침몰과 메르스 사태,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대처는 물론이고, 창조경제에서 안보ㆍ외교 부문까지 이 정부 아래에서 이뤄졌던 모든 국가 정책을 믿을 수 없게 됐다. 정치엘리트와 관료집단에 국민이 부여한 ‘권력’의 지적ㆍ기술적ㆍ정치적ㆍ도덕적 권위가 모두 와해됐다는 의미다.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은 박근혜 정부 아래에서 정치엘리트, 관료집단이 지키고 구현하려 했던 보수의 가치와 국가 정책이 일개 사인(私人)의 머리에서 나오고 그의 손 안에서 놀아났을 높은 개연성을 보여준다. 그것이 차라리 최순실씨가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라도 됐으면 좋겠다는 한 여당 중진 의원의 자조가 갖는 의미다.

일개 사인이 권력 최정점의 배후에서 국정을 농단하는 동안, 내각과 집권 여당, 정치엘리트와 관료집단은 아무 것도 걸러내지도 검증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그들이 애써 지키려 해왔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가 백일하에 드러났다. 비판과 성찰 없는 충성과 맹종의 결과다. 자존심이 붕괴된 공무원 사회의 분노와 참담함을 이해못할 바는 아니나, 더 앞서야 하는 것은 통렬한 자성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은 정치엘리트와 관료집단에 보내는 엄중한 경고다. 다만 대통령과 최순실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민심은 보수 가치와 정치엘리트, 관료사회 전체의 혁신을 명령하고 있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