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재섭 기자］‘불신의 벽이 한국 경제를 무너뜨리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가 우리사회의 불신의 벽이 잠재 경제성장률을 떨어트리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신뢰회복을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해 이목이 쏠린다.

상의는 26일 ‘한국의 사회적 자본 축적실태와 대응과제 연구’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사회적 자본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비 최하위권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OECD가 35개 회원국의 사회신뢰도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신뢰, 규범, 네트워크 등 3대 사회적 자본의 현 주소는 바닥권이었다.

‘다른 사람들을 신뢰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한국인의 26.6%만 그렇다고 응답해 전체에서 23위를 차지했다. 덴마크(사회신뢰도 74.9%), 노르웨이(72.9%), 네덜란드(67.4%) 등 상위권 국가와 비교하면 한참 떨어지고, 일본(38.8%ㆍ13위), 미국(35.1%ㆍ17위)보다도 낮다.

사법시스템에 대한 신뢰도 역시 한국은 신뢰도 27%로, 조사대상국 중 33위를 기록했다.

사회네트워크 수준도 한국은 최하위권이었다. ‘필요할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라는 설문에 ‘그렇다’는 대답은 77.5%로, 35개국 중 34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사회규범지수 역시 100점 만점에 86.6점(17위)으로, 평균 88.2점에 미달한 것은 물론 일본(93.8점), 스위스(92.6점), 네덜란드(92.2점)에 뒤처졌다.

상의는 “우리나라가 경제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결핍요인으로 작용하는 사회적 자본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용해 저성장을 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뢰자본 확충 → 규제 감소 → 기업가정신 고취 → 투자증가 → 경제성장’을 뼈대로 하는 신 성장경로를 제시했다.

우선 기업들은 정부와 국회, 근로자에게 신뢰의 자본을 쌓아야 하고, 노조도 ‘내 몫 챙기기’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대화와 협상으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역시 ‘이건 하라, 이건 하지 말아라’는 식의 포지티브 규제에서 벗어나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의 틀을 바꾸고, 국회도 토론과 타협을 통해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의는 서울대 김병연 교수팀의 자문을 토대로 “현재 27%인 한국의 사회신뢰도가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수준(69.9%)으로 향상되면 경제성장률이 1.5%포인트 상승해 4%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믿음(信)이 신(新)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상의는 이어 사회적 자본 축적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소통’을 강조했다. 경제주체간 불신으로 인해 경제활성화와 구조개혁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실제로 규제의 근본틀을 바꿀 규제개혁특별법은 2년째 묶여 있고, 청년일자리 창출의 열쇠가 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의료민영화 가능성’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5년째 장기미제인 상태이다.

상의는 여기에 더해 “20대 국회 개원 이후 경제관련 입법 발의 중 3분의 2가 규제입법이어서 우려가 크다”며 “기업들이 자율규범이란 울타리 안에서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자본과 노동 같은 경제적 자본만으로는 과거의 성장을 일굴 수 없다”면서 “신뢰, 규범 같은 사회적 자본을 확충해 경제를 일으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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