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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제약업계 기술수출 ‘순항 중’
-2년간 국내 제약기업 기술수출 33건, 수출액 합계 약 74억달러(8조원) 이상 기록

-한미약품, 일양약품, 보령제약, 동아ST 등 국내 제약사들의 해외 기술수출 활발

-R&D 투자로 신약 생산 가능해지고 정부 지원까지, 중도 해지 없도록 노하우 쌓아야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일양약품은 지난 2015년 8월 국산 백혈병 신약 ‘슈펙트’를 콜롬비아 ‘바이오파스’사에 완제의약품 형식으로 공급하는 2200만달러(253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슈펙트는 중국, 터키, 러시아 등에도 원료 및 기술 또는 완제의약품의 수출 계약을 맺었다. 일양약품은 슈펙트로만 총 4000만달러(460억원)의 금액을 벌어 들였다.



최근 한미약품의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기술수출 계약 해지 소식에 제약계는 다소 침체된 분위기지만 전체적으로 한국 제약기업들의 기술수출 현황은 ‘순풍에 돛 단 듯’ 순항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수출 대상국이 미국, 일본, 중국 등에 머물지 않고 동남아시아 및 남미국가까지 확대되면서 한국의 제약산업이 글로벌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이 마련되고 있다. 이는 90년대 국내 시장의 포화를 예상한 제약업계가 적극적인 R&D 투자로 체질을 바꾸면서 고품질의 신약을 생산해내기 시작했고 이를 해외에 소개할 수 있는 정부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기술수출 계약 33건, 계약 규모 74억달러 이상=보건복지부의 2015~2016년 9월까지의 ‘제약기업 기술수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한국의 제약기업이 해외로 기술수출을 한 건수는 총 33건으로 나타났다.

2015년 1월 ‘파멥신’이 중국 ‘3SBio’사와 DIG-KT라는 제품을 비공개로 계약한 것을 시작으로 3월에는 한미약품의 기술수출로 이어졌다. 당시 한미는 미국 ‘스펙트럼 파마수티컬즈’사와 표적항암제인 ‘포지오티닙’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 소식을 알렸는데 계약규모는 당사 합의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달 미국 ‘일라이릴리’사와 체결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HM71224’는 계약금을 포함, 총 6억900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7월에는 보령제약이 눈에 띄는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보령은 국내 최초 고혈압 신약인 ‘카나브’를 동남아 13개국 제약시장을 총괄하는 ‘쥴릭파마’사와 1억2900만달러 규모의 계약 소식을 알려왔다. 이어서 보령은 12월 사우디아라비아 ‘SPC’사와 14만달러, 올 해 5월 ‘카나브플러스’가 또 다시 쥴릭파마사와 2846만달러에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보령제약은 2015~2016년 총 8건의 해외 기술수출로 약 2억7918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쥴릭파마 관계자는 “카나브는 동남아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를 실시해 현지 의료진에게 신뢰를 심어 줬다”며 “한국 제약기업들의 기술력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기에 앞으로도 한국 기업들과 손잡는 것에 있어선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최근엔 ‘크리스탈지노믹스’가 개발한 급성백혈병 신약 후보물질인 미국 ‘앱토즈바이오사이언스’사에 3억300만달러에 팔리는 소식이 전해지는 등 제약기업들의 기술수출 소식은 거의 매달 전해지고 있다.

지난 2015년 1월부터 올 해 9월까지 기술수출에 의해 체결된 계약규모는 일부 비공개로 진행된 건이 있어 정확한 수치는 산출이 어렵지만 공개된 건의 합은 74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화로 따지면 8조원이 넘는 금액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계약규모는 양사의 계약 조건에 따라 공개하느냐 비공개로 하느냐로 정해진다”며 “보통 비공개로 진행하는 건들은 계약규모가 크지 않아서인 경우가 많지만 제약사로선 계약규모를 떠나 기술수출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R&D 투자로 체질 전환 성과 나타나기 시작, 곧 10조원대 진입 예상=제약업계에서는 한미의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기술수출 계약 해지 건이 자칫 업계 전체에 찬 물을 끼얹는 것이 아닐까 우려를 하면서도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기술수출 현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거의 매월 기술수출 계약이 성사되고 있고 그 규모나 계약 대상 국가도 점차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국 한국제약협회 상무는 “국내에 1987년 물질특허제가 도입되면서 R&D에 대한 개념이 생겼고 2000년대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R&D에 투자한 기업들에게서 성과가 나오고 있다”며 “기존 제네릭 중심에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신약 승부가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업계들은 느꼈고 이런 성과가 한미 등의 기술수출 계약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지난 2년도 채 안 된 기간동안 기술수출 규모가 8조원을 넘어섰는데 곧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런 기술수출의 배경에는 정부의 역할도 있었다. 식약처는 지난 2014년 PIC/S(의약품상호실사협력기구)에 가입하면서 국내 의약품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고 코트라(KOTRA,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국내 제약기업들이 해외 파트너사들을 찾는 장을 마련해줬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마련한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가 가진 기술과 제품들을 소개할 기회가 많이 생겼고 이를 적극 활용해 기술수출 건수도 계속 늘고 있다”며 “다만 한미의 중간 해지와 같은 사례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선 노하우를 쌓아야 하고 개발단계에서 확실한 데이터를 확보한 뒤 라이센싱 아웃을 시도하는 것이 실패를 줄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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