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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벨기에 지방정부 어깃장에…EU-加 무역협정 무산위기
CETA, EU국 만장일치 찬성필요
TTIP·브렉시트 협상 등 EU 암운


유럽연합(EU)과 캐나다 간 자유무역협정(FTA)인 ‘포괄적경제무역협정’(CETA)가 벨기에 지방정부의 어깃장에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이에 따라 EU의 신뢰도가 바닥으로까지 추락하는 수모가 불가피해졌다. 특히 향후 미국과의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은 물론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에도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샤를 미셸 벨기에 연방정부 총리는 24일 오후(현지시간) 브뤼셀에서 벨기에 지방정부 지도자들과 회담을 가진 뒤 브리핑을 통해 왈로니아 지방과 다른 지역 지도자들이 계속 반대하기 때문에 “우리는 CETA에 서명할 수 있는 위치에 와 있지 않다”고 말했다.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는 CETA에 찬성하고 있지만, 왈로니아 지방정부는 반(反)세계화를 이유로 비준을 반대하고 있다.

EU와 캐나다가 CETA에 서명하기 위해선 EU 28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찬성해야 하지만 벨기에가 찬성입장을 정하지 못함에 따라 오는 27일 CETA 최종 서명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

EU와 캐나다는 당초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EU 방문에 맞춰 CETA를 최종 서명해 내년부터 발효한다는 계획 아래 지난 주부터 이날까지 비준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벨기에 왈로니아 지방정부와 집중적인 조율을 벌였으나 결국 이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놓고 인구 350만명의 작은 도시가 5억만명의 EU 공동체의 이익을 무너뜨리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비판하고 있다.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긴급 전화통화를 갖고 문제 해결에 노력하기로 했다. 투스크 의장은 이날 “트뤼도 총리와 함께 우리는 목요일(27일) 정상회의가 아직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모든 당사자들에게 해결책을 찾도록 독려하고 있다. 아직 시간이 있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하지만 벨기에 왈로니아 지방정부가 입장을 선회하지 않는 이상 CETA는 종이조각으로 남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U는 지난 2014년 캐나다와 CETA 협상을 끝냈지만 비준문제를 놓고 내부에서 논란을 벌이다가 결국 합의에 실패, 서명하지 못함으로써 대외 협상에 대한 신뢰도를 잃게 됐다. 정치적ㆍ외교적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당장 지방정부가 반대해도 협정이 비준되지 못하는 구조라면 미국과 추진하고 있는 TTIP나 일본과의 FTA는 물론 영국과의 브렉시트 협상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누가 EU와 국제적인 통상 협정을 맺으려 하고, 또 이를 신뢰할 수 있냐는 것이다.

피터 만델슨 전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통상협정이 모든 국가, 모든 지방정부의 동의를 얻어야 이뤄지는 구조에선 EU의 통상정책은 살아남을 수 없다”며 “EU의 통상정책 정가운데 비수를 꽂은 격”이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도 이번 CETA 서명 무산은 브렉시트 결정을 계기로 드러난 EU의 비효율성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EU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수민 기자/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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