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최 씨가 미르ㆍK스포츠 재단에 깊숙이 개입했고 급기야 대통령 연설문 같은 극도로 민감한 청와대 내부 문건까지 사전에 받아봤다는 정황이 속속 제기되면서 최 씨는 비선실세의 핵심이자 몸통으로 떠올랐다. 2013년 정유라 씨와 관련돼 이례적으로 승마협회를 조사ㆍ감사하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사실은 정윤회의 딸이라서가 아니라 최순실의 딸이기 때문이었다는 뒤늦은 퍼즐 맞추기도 이어지고 있다.
최 씨는 1970년대 박 대통령이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던 시기 측근이던 최태민(1912~1994) 씨의 다섯번째 딸로, 박 대통령보다는 4살 어리다. 10.26 이후에도 박 대통령과 인연을 이어갔다. 2006년에는 박 대통령이 유세를 하다 피습을 당해 입원했을 때 극진히 간호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2007년 경선 캠프와 2012년 대선 캠프 등을 거치며 ‘대통령 박근혜’를 만들기 위해 애쓴 인사들의 상당 수를 ‘배신’이란 표현으로 내치거나 거리를 둘 정도로 차가운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최 씨에게만큼은 예외였다. 배우자나 자식이 없고 형제자매들도 육영재단을 둘러싼 갈등으로 오래 전 척을 진 박 대통령에게 최 씨는 친인척이나 다름 없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최 씨 의혹이 단순한 비선실세 논란을 넘어 ‘최순실 게이트’로 번질 폭발성을 잠재하고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최 씨 논란이 이전 정권의 친인척 비리에 버금갈 대형 악재라는 의미다. 앞서 김영삼, 김대중 정권에서는 아들 문제가 정권 말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았고 노무현, 이명박 정권에서는 형 문제가 대통령에 부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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