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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 한류의 지역과의 결합 방식 보여줘..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 기자]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BOF)이 23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부산이 가지고 있는 문화·관광 인프라와 한류 콘텐츠 및 아시아문화가 만나는 축제인 ‘BOF’는 총 관람객 25만명을 유치하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한류 축제로서의 가능성을 보였다.

‘BOF’는 아시아와 세계 젊은이들이 만나 K팝, K푸드, K뷰티 등 K컬처를 한 자리에서 함께 즐기는 교류의 장이었다. 특히 지난 20일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는 한류의 비전을 다향한 관점에서 조명한 ‘원아시아 문화 콘퍼런스’가 열려 의미를 더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이배용 전 원장이 ‘역사 속의 한류와 원아시아 공동체’, 세계한류학회 오인규 사무총장은 ‘아시아 문화교류와 한류’, 성균관대 김재범 교수는 ‘한류의 최전방 K-POP의 현재와 미래-한류를 활용한 부산의 크리에이티브 관광전략’이라는 주제로 각각 발표했고, 2부에서는 ‘바다의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토크 콘서트도 열렸다.

특히 올해는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항구를 열었던 부산항의 개항 140주년이어서 해양문화부터 K-팝의 미래까지 조명한 이날 컨퍼런스의 존재가치가 더욱 빛을 발했다.

한국에서도 음악과 관광의 연계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고 폭 넓은 논의를 필요로 하고, 기존 방식을 반성하고 부분적으로는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 할 때다. ‘한류를 활용한 부산의 크리에이티브 관광전략’에서는 고려해야 할 사안들이 있다. .

우선 문화관광을 통해 관광객을 늘리는 방식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내국인이 중심이냐 외국인이 중심이냐에 따라 방식과 전략은 달라진다. 부산광역시의 경우 K팝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을 많이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가수를 보고 그 음악만을 듣기 위해 외국인이 공연장으로 오는 것은 팬덤에 국한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물론 매년 봄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가 개최되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과 글래스톤베리 축제가 열리는 잉글랜드 남서부 서머싯의 글래스톤베리에는 이들 행사에만 수십만명의 관광객이 몰린다. 부산도 이런 곳처럼 ‘창조도시’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장기적으로는 크리에이티브한 음악으로 창조도시를 지향하며 외국인 관광객을 불러들여야 겠지만 단중기적으로 부산은 K팝과 다른 요인들을 연계해 외국인에게 인지도와 주목도를 높이는 전략을 함께 수립해야 한다. 이런 전략 없이 그냥 큰 돈을 들여 외국인들이 좋아할만한 K팝 가수들을 잔뜩 불러 콘서트를 열어도 그때만 부산을 방문하는 반짝관광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건 투입 대 산출 효과로도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한국에 들어오는 중국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올해 1~8월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수는 561만여 명이고, 중국의 황금연휴인 국경절에도 많은 유커들이 한국에 들어왔다. 사드 배치를 공표한 뒤에도 중국관광객이 늘어났다는 건 고무적인 현상이다. 일반 관광객들이 이렇다면, K팝 공연과 연계한 외국팬의 방문은 정치적인 이슈에 훨씬 덜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 2번째로 큰 도시라는 부산은 일본 관광객에게는 친숙한 지역이지만 중국관광객에게는 배려가 별로 없다. 부산역 주변에 차이나 타운이 있지만 중국인들이 좋아할만한 공간이 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부산에서도 중저가의 깨끗한 중국 호텔 체인을 유치해, 중국인이 편리하고 친근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

중국인이 좋아할만한 장소를 개발하는 것도 좋지만, 한국인이 좋아하면 중국인들도 좋아한다는 원리를 기억해야 한다. 중국인들만이 좋아할만한 곳을 찾으려는 노력은 별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서울에도 가로수길, 홍대앞, 이화여대앞을 지도를 보며 찾아오는 중국 개별관광객(FIT)들이 많다. 부산도 다른 지역과 차별되는 부산만의 색깔이 담긴 아기자기한 명소를 만들 때다. 경성대 앞과 동래역 주변에는 그런 조짐을 보이는 공간이 형성되고 있다.

그래서 그런 곳을 중국인들이 조금씩 찾게되면 중국인이 좋아하는 가수(예를 들면 정용화)가 그곳의 소극장에서 작은 규모의 한류공연을 여는 것도 한 방법이다. 부산 아시아드 경기장과 벡스코등에서 열리는 대규모 한류 공연만 개최할 게 아니라 중극장, 소극장의 공연은 중국관광객에게 또 다른 느낌을 줘 문화관광이 더욱 다양화하고 더욱 크리에이티브해질 수 있다.

이와 함께 중국에서 가장 크게 히트한 예능인 중국판 ’아빠 어디가’와 중국판 ‘런닝맨’의 다음 시즌을 기획해 부산에서 촬영한다면 부산은 중국인에게 더욱 친숙한 공간이 될 수 있다.

부산이 중국 관광객에게 좋은 ’스폿’이 되기 위해서는 이렇게 다각도로 접근해야 한다. 음악 한번 듣고 가수 얼굴 한번 보러 한국에 오는 게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 K팝은 ‘미끼’일 수도 있다. 음악 공연이 열리는 곳과 주변 분위기도 관광객들의 기분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기자가 국내외 각지에서 열렸던 음악 공연이나 음악페스티벌을 취재하면서 느낀 점은 이런 것이다.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게 1차적으로 중요하지만, 공연장 분위기와 공연후 맥주를 마시면서 외국인들과 밤늦게까지 함께 나눈 대화, 이런 것들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성공한 음악페스티벌에 가보면 다양한 취향의 관객들을 보는 것부터가 즐겁다. 부산의 문화관광과 음악관광은 그러한 느낌과 감성, 기억을 남길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게 옳다. 음악과 지역은 그렇게 연계되어야 하고 그것은 신(新)한류의 방향이기도 하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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