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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열 키우는 ‘떴다방’ 여전…분양권 전매제한 연장 무용론도
-수도권 집중된 관리 한계...지방선 ‘속수무책’

-입주 이후 조정ㆍ계약무효 등 실수요자 피해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아파트 잘 나왔죠? 청약은 넣을 거죠?”

최근 수도권의 한 견본주택 앞에선 여전히 실수요자의 옷깃을 잡는 호객행위가 이뤄지고 있었다. 불법 이동식 중개업소인 ‘떴다방’ 업자들이다. 국토부의 지도ㆍ단속으로 과열의 진원지로 꼽히는 서울의 일부 분양현장에선 자취를 감췄으나 법망이 느슨한 수도권과 지방에선 아직도 활개를 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예비청약자는 “건설사가 제공하는 고가 경품과 함께 사은품, 명함을 나눠주는 떴다방 업자들의 호객행위가 청약경쟁률을 높이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저금리에 청약시장의 과열이 꾸준한 가운데 이동식 중개업소(떴다방)이 혼란을 부추긴다는 목소리가 크다. 사진은 위례신도시 분양현장에 자리 잡은 이동식 중개업소 모습. [헤럴드경제DB]

초저금리 기조로 부동자금이 주택시장으로 향하면서 청약시장이 과열된 가운데, 분양권 불법전매 등 불법행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그 중심에 떴다방이 있다. 단기차익을 노린 투기수요의 집중현상에 이들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문난 인기단지는 입지와 혁실설계 등 단지의 기본적인 가치 외에 ‘보이지 않는 손’이 조직적으로 웃돈을 조종한다”고 지적했다. 국토부가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현장점검에 나서도 워낙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탓에 적발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실제 올해 아파트 분양권 전매는 10만여 건에 달할 정도로 뜨거웠다. 하지만 정부의 단속과 조치 실적은 저조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현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4일 열린 국토부 종합감사에서 “분양권 전매가 지방에서 더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정부 단속은 수도권에 집중됐다”며 “지방의 한 사업장에서는 1758가구 중 75%에 해당하는 1325건이 전매됐고, 5회 이상 전매한 사례도 1.5%나 됐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이 국토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분양권 전매는 2010년 3만3826건에서 2014년 11만1153건까지 3배 가까이 치솟았다. 지난해에는 14만9345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국토부가 적발한 불법전매는 총 61건, 청약통장 불법거래는 791건에 그쳤다. 올해 6월까지 떴다방의 천막, 파라솔 등을 제거하는 행정지도는 373건, 등록취소(폐업) 한 행정처분은 단 2건에 불과하다. 당국이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를 단속하겠다며 펼친 불법 부동산중개행위의 사각지대가 많았다는 의미다.


청약경쟁률과 웃돈의 상관관계는 밀접하다. 그만큼 그 중간의 불법행위는 비일비재하다. 청약경쟁률이 높은 단지일수록 웃돈은 조직적으로 형성되기도 한다. 올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부산 ‘명륜자이’는 당시 523.5대 1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분양 1개월여가 지난 현재 프리미엄은 최대 1억원을 웃돈다. 세종 다정동 2-1생활권에 공급된 ‘세종 지웰 푸르지오’도 마찬가지다. 74대 1의 평균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이후 현재 5000만원 이상의 웃돈이 붙었다.

이들 단지의 공통점은 지방이라는 점이다. 리얼투데이가 최근 발표한 올해 평균 청약경쟁률 상위 10곳 가운데 8곳이 지방이었다. 수도권의 투기 우려 지역이 아닌 지방에서 관리ㆍ감독의 그늘이 짙게 드리웠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중견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규제 이야기가 나올수록 차익을 노리는 이른바 ‘치고 빠지는’ 투기수요는 관심이 덜한 지방에 집중된다”며 “수도권에선 실수요자가 청약자의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지방은 분양권 불법전매에 의한 방식으로 투기판이 벌어져 실제 입주 때는 불 꺼진 집이 많아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실수요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떴다방이 분양권 거래를 떠밀며 웃돈을 과도하게 형성하면 입주 시기에 맞춰 집값이 큰 폭으로 조정될 수 있다. 단기차익에 솔깃한 실수요자가 불법전매로 인해 계약 무효 등 법적인 피해를 떠안을 가능성 크다. 경남 양산시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역의 비정상적인 청약 열기는 실수요자 외에도 투기수요가 몰려야 가능한 일”이라며 “속초나 여수 등 관심이 집중됐던 지역에선 2~3년 뒤 입주 시기에 현재의 집값을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집값 급등지역을 규제하겠다며 검토 중인 ‘분양권 전매제한 연장’의 무용론을 주장한다.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리기 전에 손바뀜이 일어나면서 웃돈이 붙는 현실을 간과한 겉핥기식 대책이라는 것이 근거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과열지역에 메스를 들이대더라도 저금리 기조에 분양권을 팔면 큰 차익을 남길 수 있어 분양가가 오르는 곳은 여전히 더 오를 것”이라며 “지자체는 물론 수사기관과 공조해 관련 인력을 늘리고 처벌 수위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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