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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패산 터널 총기사건 ①] 오패산 총격범도 ‘SNS 제자’였다
-SNS에 공유된 정보 바탕으로 범행계획하는 사례 빈번해져

-SNS게시 집주소 찾아가 강도ㆍ댓글로 정보 알아내 스토킹

-전문가들 “무조건적인 규제보단 SNS 이용 규범 만들어야”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 지난 19일 서울 강북구 번동 오패산터널 앞에서 도주 중이던 성모(46) 씨가 경찰관을 총으로 쐈다. 그는 목재로 직접 만든 총기를 들고 있었다. 목재 총기에 탄환은 쇠구슬. 어설픈 모양새였지만 총을 맞은 경찰관은 그자리에서 즉사했다. 경찰에 붙잡힌 성 씨는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총기 제작법을 배웠다고 진술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범죄자의 학습서가 되고 있다. 범죄자들은 SNS에 공유된 정보들을 바탕으로 범행 대상을 물색하거나, 구체적인 수법을 익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SNS가 범죄의 학습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하지만 개인의 SNS 활동을 규제해선 안되고, 이용 규범을 만드는 것이 오히려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특히 최근에는 SNS를 통해 공유된 개인정보를 범죄에 악용하는 사례도 나온다.

김모(27) 씨는 지난 8월 ‘인스타그램’ 에 올라온 외제 자동차 사진을 보고 강도질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게시글을 검색해보니 자동차는 의류점을 운영하는 윤모(28ㆍ여) 씨의 것처럼 보였다. 억대 빚에 시달리던 김 씨는 윤 씨의 집을 털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적힌 윤 씨의 의류점으로 찾아갔다. 이후 퇴근하는 윤 씨를 집까지 뒤쫓았고 강도범행을 하려다 발각됐다. 서울동부지법은 강도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씨에게 3년6개월의 징역형을 내렸다.

댓글을 통해 ‘십시일반’으로 정보를 모을 수 있는 SNS의 특성이 범죄에 악용되기도 한다.

전모(29) 씨는 지난 1월 ‘페이스북’에 ‘대학동기 이모(25ㆍ여ㆍ가명) 씨를 찾는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 씨의 사진도 첨부했다. 그러나 전 씨는 이 씨의 단순한 대학동기가 아니었다. 줄곧 이 씨를 스토킹하던 전 씨는 그녀의 집주소를 알아내기 위해 이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의 친구들이 댓글을 달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이밖에 전 씨는 이 씨가 주말교사로 일하는 성당에 불시에 침입하거나, SNS를 통해 수시로 만나자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동부지법은 건조물침입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씨에게 징역 8개월을 내렸다.

이밖에 SNS를 통해 일면식 없던 사람들이 불특정인에게 범행을 사주하거나 모의하는 일도 벌어진다.

말레이시아 인 V 씨는 지난 5월 ‘페이스북’을 통해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일면식도 없는 말레이시아인 3명이 그에게 “우리가 건네주는 위조 신용카드로 한국에 가 지정한 물건을 사오면 물건 값의 일부를 떼어주겠다”고 제안했다. 사채빚을 져 급전이 필요했던 V 씨는 이들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이후 그는 위조된 신용카드를 받아 국내에서 380여만원 어치 물품을 구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법은 사기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V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전문가들은 SNS 이용이 활성화되며 범죄가 싹틀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분석했다.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이윤호 교수는 “대량으로 개인정보가 공유되면서 범죄자가 범행 대상인 ‘표적’을 물색하기가 쉬워졌고, 범행을 사전에 준비하기 용이해졌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총기 제조법 등 범행 수법에 대한 정보를 접하면서 모방범죄를 부추기는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같은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섣불리 SNS 활동을 규제해서는 안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오히려 개인이 중요 정보를 간수할 수 있도록 일종의 ‘SNS 이용 규범’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한양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 한동섭 교수는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문제가 생길 뿐만 아니라 정보가 대부분 해외사이트에서 유포되는 만큼 규제 실효성도 떨어질 것”이라며 “사이버 범죄를 규제하는 것은 실효성과 정당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윤호 교수도 “결국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서는 사용자들 개인이 주의를 기울이는 이용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며 “유해한 정보에 대해서는 정보 자체를 차단하기 보다는 총기 제작법을 접한 사람이 실제 총기를 만들지 못하도록 필요한 재료 유통 과정을 면밀히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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