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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정치하는 시의회, 무능한 교육청”
지난 18일 정동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학교시설 개방ㆍ이용에 관한 조례 개정안 설명회’는 성난 학부모와 교사들의 성토의 장이었다. 최근 서울시의회가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조례 개정안 때문이다.

사실 학교시설 개방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1997년 초·중등교육법이 개정되면서 학교시설을 주민들에게 개방했다. 현재 서울 공립학교의 70∼80% 가량이 문을 열었다. 그런데 서울시의회가 지난달 9일 학교 시설 개방을 학교장의 ‘책무’로 규정한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그간 꾹꾹 눌러왔던 학부모들의 불안감에 기름을 부었다. 개정안에서는 학교장이 ‘적극적으로’ 시설을 개방하도록 의무화했다. 또 사용을 허가하지 않을 경우엔 학교장이 불허 사유를 사용신청자에게 ‘서면으로’ ‘상세하게’ 밝히도록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재의를 요구하겠다고 했다가 돌연 철회하더니 수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조기축구회 등 단체는 하루 최대 사용시간이 3시간을 넘지 않도록 했고, 학교에서 취사ㆍ음주ㆍ흡연을 하거나 영리 목적으로 임대하는 경우엔 사용 권한을 뺏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교육청 안은 교사와 학부모들의 성에 차지 않았다. 오히려 “믿었던 교육청에 속았다”며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 다음달 있을 행정 사무감사에 앞서 교육청이 시의회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부모들은 “시의원들에게는 투표권이 없는 학생보다 배드민턴 동호회원이 더 중요하다. 정치에 학생들을 팔고 있다”며 조례의 완전 폐기를 주장하고 나섰다. 외부인에 의해 성범죄와 살인사건이 교내서 일어나면서 불안해진 학부모들은 물러나지 않겠다고 했다.

해외 선진국들은 엄격한 시스템으로 학교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미국은 대부분 주에서 방문자의 사진을 찍어 신원을 확인하고, 등하교시간 외에는 교문을 개방하지 않는다. 중국은 얼굴인식이나 지문 등 식별 시스템을 통해야 출입이 가능하다. 반면 1970년대부터 학교 문을 연 일본은 지금도 우리와 비슷한 진통을 겪고 있다. 하지만 자유롭게 개방하는 국가라도 ‘교육활동’과 ‘학생안전’, 두가지 문제만큼은 정부가 나서서 지키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재량’ ‘자율’이라는 허울좋은 말로 학교장에 관리의무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교육청이 28일 내놓을 수정안에 과연 학부모와 학생의 불안을 해소해줄 방안과 고민이 담겨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anju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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