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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 석탄의 이유 있는 변신
새까맣다 못해 번쩍거리는, 살짝 대기만 해도 검댕이 묻어나올 것 같은 석탄은 서민에게 추운 겨울에 적은 비용으로 집을 따뜻하게 덥혀주는 고마운 연료였다. 특히, 석탄은 그동안 급격히 늘어나는 우리나라 전력수요를 충당하는 화력발전의 중심 연료였다. 그러나 요즘 들어 석탄을 이용하는 화력발전소가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배출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석탄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이 타 지역에 피해를 줄 경우 당해 발전소를 제재하는 ‘좋은 이웃법’을 통과시켰고, 민주당 힐러리 대선후보는 TV토론회에서 화석연료를 미국에서 퇴출시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독일은 전력발전의 44%를 석탄에 의존하고 있지만 지난 8월 5개의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등 탈석탄 정책을 발표했고, 영국도 2023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13개를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장기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탈 석탄정책이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선진국의 화력발전 비율을 줄이려는 움직임은 석탄산업의 위태로운 위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석탄발전소를 대체할 뚜렷한 대안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아직 주력 에너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사실상 원자력 발전을 중단하고 전력의 88%를 화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남호주에서는 풍력이나 태양광발전소 건설로 탈석탄화 정책을 펼쳤으나 기상이변 등의 요인으로 전력파동의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게다가 세계에너지기구 IEA는 2014년 연차보고서에서 2040년 세계 전력생산의 30%를 여전히 석탄이 담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발전용 석탄은 고가의 희유금속을 제외한 원자재 중 가장 높은 가격상승을 보였다. 인구밀도가 높고 경제성장세가 높은 필리핀, 태국 등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는 석탄 화력발전 부문이 오히려 두드러지게 성장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개발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국가로서는 석탄만큼 가성비 좋은 연료가 또 없을 것이다. 때문에 원자재전문조사기관 HDR사(社)는 중국, 인도를 제외한 아시아 지역 석탄수요가 2020년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미국 공화당 트럼프 대선후보는 토론회에서 에너지 정책으로 탄소저감장치로 오염물질이 없이 화력발전을 하는 청정석탄 카드를 내밀었다. 실제로 그의 주장처럼 청정석탄이 실현된 곳이 있다. 일본 도쿄에서 자동차로 30~40분 거리에 있는 요코하마 이소고 발전소다. 이곳은 연기 없는 발전소로 유명하다. 굴뚝에서 끊임없이 매연을 내뿜는 보통의 석탄 화력발전소와 전혀 다른 모습이다. 최신식 대기오염 방지시설로 탈황(SOx)이나 탈질(MOx)은 97.8%까지 제거되고, 먼지는 전기집진기로 99.97%까지 제거하고 있다고 한다.

석탄의 탄소배출 문제만 해결된다면 청정석탄시대는 현실로 다가 올 수 있다. 저가의 석탄이 환경오염 문제까지 해결한다면 부활의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세계 석탄업계는 석탄산업의 미래를 준비하고자 탄소배출량을 저감하는 고효율 저배출 기술 HELE(High Efficiency, Low Emission)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IEA 청정석탄센터(CCC)는 2040년 석탄 발전량의 77%가 아시아에서 발생하지만 HELE 기술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오히려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통적 에너지 중에서 가장 오랜 기간 인간과 함께한 석탄, 이제 변신에 나설 차례다. 탄소저감에 초점을 두고 기술혁신을 통해 어떻게 변신할까에 대한 고민을 거듭해야 할 때이다. 오래된 친구 죽마고우(竹馬故友)처럼 든든한 석탄의 변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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