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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 자신을 냉철하게 볼 수 있는 리더(김창동 뫔대로연구소장)
거울과 창문과 벽시계. 이 물건들의 공통점은 뭘까. 이들 물건은 카지노 게임룸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이다. 이것들은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고, 바깥 세상과 연결시키고,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게 하는 성찰의 도구들이다. 자기 성찰은 자기 규제의 출발점이다. 그래서 갬블러(gambler)에게 성찰의 도구들을 숨긴다.

지난해 한 기관에서 우리나라의 경청 문화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결과에 따르면 91%가 ‘경청 문화의 확산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결과 중 흥미로운 점은 응답자의 62%가 ‘나는 경청을 잘한다’고 평가한 반면 ‘상대방도 경청을 잘한다’고 대답한 경우는 불과 7% 밖에 되지 않았다.

또 ‘상대방은 경청을 못한다’는 응답이 45%에 달한 반면 ‘자신이 경청을 못한다’는 4%에 불과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경청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상대방으로부터는 경청을 못하는 것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기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다른 경청 연구에서도 자기 인식에 대한 큰 괴리를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경청에는 사람마다 선호하는 4개의 유형이 있는데, 첫째는 상대방의 마음을 살펴 듣는 사람 지향 경청, 둘째는 상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내용에 주의를 기울이는 내용 지향 경청, 셋째는 본인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자 간결하고 신속한 대화를 선호하는 시간 지향 경청, 그리고 마지막으로 문제의 핵심과 처리할 과제에 집중하는 행동 지향 경청 유형이 있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 지향 경청과 내용 지향 경청이 강한 관리자에 대해서 부하 직원들은 신뢰를 보내고, 수용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행동 지향 경청이 강한 경우에는 관리자에 대한 신뢰와 수용이 오히려 낮아졌다.

흥미로운 점은 관리자들은 스스로에 대해 사람 지향과 내용 지향 경청 성향이 높고, 행동 지향 경청은 아주 낮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실제로 부하 직원들이 관리자에 대해 평가한 결과를 보면 관리자 스스로 평가한 것과 비교할 때 사람 지향과 내용 지향은 더 낮게, 행동 지향이 더 높게 평가했다. 부하 직원들의 체감과 다르게 관리자 스스로는 자신이 바람직한 경청을 하는 것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대체로 사람들은 자기 평가에 관대하다. 특히 리더는 성공 경험과 주변에서 듣는 좋은 말만 믿고 자신이 항상 옳다는 오류에 빠지기 쉽다. 노자의 ‘도덕경’에 ‘知人者智 自知者明(지인자지 자지자명)’이라는 구절이 있다. ‘타인을 아는 것도 지혜롭지만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은 현명하다’는 뜻으로, 자기 이해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최근 주목 받고 있는 리더십 이론인 감성 리더십과 진정성 리더십에서도 명확한 자기인식(self-awareness)을 리더의 핵심 덕목으로 꼽는다.

냉철하게 자신을 보려 하는 리더는 인품이 남다르다. 언행과 내면의 가치를 일치시키려 노력하고, 타인의 건강한 피드백을 겸허히 수용하며, 겸손하게 소통한다. 사람들은 이런 리더에게 존경과 신뢰를 보낸다. 권위를 부여하고, 진심 어린 팔로어십(followership)을 발휘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인품을 본받고 싶은 리더를 간절히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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