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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토연구원 수장들의 고언 ③] “강남발 과열 타지역 전이…지금 메스 대야”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정부의 수요 억제책에 강남발(發) 부동산 열기가 강북권에서 수도권으로 옮겨붙을 조짐이 감지된다. 실수요자 위주였던 인근에 여윳돈을 가진 투자수요가 몰리고 있어서다. 국토부는 과거 버블세븐 규제 때처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해 메스를 들이댈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이정식 전 국토연구원장은 “시장이 전체적으로 움직였던 2007년과 상황은 다르지만, 일부 지역의 과열이 주변으로 확산하는 현상은 당연하다”며 “투기과열지구 자체에 의미를 두기보다 투기수요를 걷어내는 선별적인 접근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다.

규제의 칼끝은 강남3구를 향해 있지만, 시행은 과열의 확산 여부에 달려있다. 강호인 국토부 장관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강남의 국지적 과열이 확산한다면 그 때 단계적ㆍ선별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강남발 열기가 강북권에서 수도권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당장 상승하지 않더라도 시차를 두고 인근 시세의 수준을 따라가는 것이 주택시장의 흐름이다. 사진은 잠실의 한 중개업소 모습.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전 국토연구원장들은 정부의 의지를 명확하게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택이 모자란 상황이 아니므로 섣부른 규제에 대한 경고도 얹혀졌다. 이규방 전 원장은 “지난 2006년 발표한 버블세븐 대책도 2년 뒤에서야 참여정부의 의도대로 효과를 냈다”며 “주택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대책을 만들 때는 명확한 근거를 따져 꾸준히 밀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이현상의 신호는 실수자의 움직임이다. 진입 장벽이 낮은 지역으로 손이 이동하는 것이다. 시간이 문제다. 인근 지역이 오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시세의 분위기는 어느 정도 맞춰지기 때문이다. 박양호 전 원장은 “예컨대 10억원이던 집이 18억원으로 오르면 주변 시세는 60~70% 수준까지 시차를 두고 따라간다”고 설명했다.

건설경기에 따른 속도 조절은 필요하다. 국내총생산(GDP)에서 건설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서다. 하지만 선별적인 규제는 필요하다. 투기수요가 주택시장 혼란과 전ㆍ월세난을 가중하는 핵심요인으로 꼽혀서다. 이정식 전 원장은 “경제여건과 건설경기에 따라 단계적인 시책을 꺼내는 것이 정부 입장에서는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했다. 박양호 전 원장은 “과거 정부도 경기 불씨를 건설로 살리려다 DTI 여파로 시들었다”며 “과열현상이 몇 개월 지속했지만, 2~3년 뒤에 다른 지역의 시세가 오르는 것을 막으려면 지금이라도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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