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연사 인터뷰 - 밥 벡슬리
화면은 작아지는데 정보는 나날이 넘쳐나 사용자 피로도 줄이려 UX 최소화 필요
e세상서 진정한 관계형성 디자이너 역할 기업은 좋은 디자인위해 아낌없이 투자를
세계적인 IT 기업 구글과 애플에 몸 담았다. 그리고 지난 2014년 여름, 둥지를 옮겼다. 굴지의 기업을 뒤로 하고 그가 택한 곳은 당시 세계 3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주목받기 시작한 ‘핀터레스트’였다. 그의 설명은 이랬다. “IT 디자인의 발전을 위해 중요한 순간에 있는, 역사에 남을 만한 회사라고 판단했다” 거창한 이유를 댄 인물은 핀터레스트 총괄 제품 디자이너를 지낸 밥 벡슬리다.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찾는 인물인 만큼 그에게서 현 시대의 IT디자인에 대한 얘길 들어볼 가치는 충분했다.
시대는 변했다. 사용자들은 더 이상 책상에 앉아 가만히 컴퓨터 모니터만을 보고 있지 않는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원할 때 시스템과 소통한다. 그들이 손에 쥔 스마트폰 덕분이다. PC 시대에서 모바일로 이동하면서 디자인도 큰 변화가 생겼다. 핵심은 작아진 화면, 그리고 ‘사용자’다.
벡슬리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화면의 크기가 줄어들면서 필수적인 건 강조함과 동시에 불필요한 것은 과감하게 제거하는 작업이 필수가 됐다”며 “사용자가 인지부담을 덜 느끼게 하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그는 “모바일 시대의 또 다른 변화는 어디에서, 어떻게 사용하는 지에 대한 ‘맥락’이 디자인의 중요한 고려요소가 됐다는 점”이라며 “모바일 시대에는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을 ‘쥐고’ 있다는 것 외에는 모든 것이 변수가 됐다”고 했다. 이어 “모바일 시대에는 사용자들의 물리적인 상태와 사회적인 환경이 다양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는 그 변수 속에서도 사용자들의 주의를 환기시켜야하는 과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IT 비즈니스에서 디자인의 역할에 대해서 그는 “IT 기업들이 그들의 타깃을 일반 소비재를 소비하는 이들과 다르다는 고질적인 잘못된 시각을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시스템의 홍수 속에서 그가 생각하는 디자인은 사용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능률을 높일 수 있게 만드는 해법이다. 벡슬리는 “소프트웨어는 사용자의 정신적인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디자인되고 개발돼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이것이 시스템 자체가 갖고 있는 복잡성을 제외시켜야한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벡슬리는 “모든 시스템에는 복잡성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디자인의 목표는 기술 자체가 최대한 많은 복잡성을 흡수해 사용자에게 그것을 전가하지 않는 것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 시대의 IT 디자인은 직관적이고 간단함으로 수렴한다. 간편하게 IT 기술을 누리게끔 사용자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디자인의 첫 번째 임무다. 애플이 그랬고, 벡슬리가 몸 담았던 핀터레스트 역시 아주 간단한 것 속에서 사용자의 요구를 구현해낸다.
벡슬리는 ‘간단함(simplicity)’을 지향하는 현재의 트렌드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사용자들이 수 많은 시스템, 서비스와 계속해서 상호작용을 했을 때 사용자들이 갖는 부담이 축적된다면 결과적으로는 시스템에 압도당하는 결과를 낳을 수 밖에 없다”며 “‘디자인이 간단해 진다’는 것은 사용자에게 요구하는 바를 가능한 한 줄이는 것으로, 이는 IT 디자인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벡슬리가 주목하는 또다른 키워드는 ‘관계맺기’다. 페이스북ㆍ트위터 등 SNS로 대변되는 온라인 상의 관계 맺기 속에서 진정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구현해 내는 것이 디자이너로서 그 스스로에게 부여한 과제다.
그는 그의 과거 프로젝트를 예로 들었다. 야후 앤서스(Yahoo! Answers), 애플 스토어, 핀터레스트 등이 대표적이다. 벡슬리는 “나는 SNS와 관련된 일을 했을 때 사용자 제작 콘텐츠의 제작사 신원을 명확하게 표기했다. 콘텐츠를 읽는 사람이 컴퓨터 시스템과 대화하는 지, 실존 인물과 대화하는 지를 알게하기 위해서다”며 “기술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할 수 있는 도구라는 확신이 있다면 온라인 상에서 진정한 인간관계를 구현할 수 있는 디자인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IT 시대에 디자인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문제는 기업가들의 ‘마음가짐’이다. 얼마나 투자할 것이냐는 곧 기업의 생존으로 연결 될 수 있는 문제이기에 ‘디자인의 가치’는 기업가 스스로가 납득하고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다.
벡슬리는 재규어 랜드로버의 최고경영자(CEO)인 랄프 스페스 박사와 파타고니아의 설립자 이본 취나드의 말을 인용했다. 그는 “디자인에 대한 투자를 말할 때 이 두 가지 말을 인용한다”며 “‘좋은 디자인이 비싸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나쁜 디자인으로 인해 허비하게 되는 비용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야할 것이다’(랄프 스페스), ‘디자인은 비용의 10%를 차지할지언정 나머지 90%를 결정한다’(이본 취나드)”고 말했다.
손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