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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eople & Data] “혁신 성과없인 돌아오지 말라”… 57시간 끝장토론 최태원 회장
최태원 SK회장이 혁신을 부르짖고 있다. 자나 깨나 혁신이다. 혁신 전도사가 됐다.

최 회장은 지난 6월 열린 확대경영회의에서 “돌연사 하지 않으려면 혁신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업모델과 일하는 방식, 자산운용 방식 등을 근간부터 바꾸지 않으면 언젠가 갑자기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각 계열사 임직원들이 하나가 돼 생존을 위한 혁신안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그로부터 100여일째가 되는 지난 12일, 최 회장은 임원세미나를 개최했다. 각 계열사가 마련한 혁신안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었다.

최 회장을 포함해 40여명의 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인 자리에서 각 계열사 대표들은 그 동안 전 임직원들과 함께 짜낸 혁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또 이러한 혁신안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점을 짚어내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2박3일 일정의 세미나에서 혁신을 주제로 발표하고 토론한 시간만 장장 57시간이다. 끝장토론대회라고 할만 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리더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자기초월성(自己超越性)이 있어야 한다”면서 “근본적 혁신(Deep Change)의 방향성과 방법을 그려낼 설계능력을 갖춘 뒤 끈질기고 열정적이면서 자기희생적으로 임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업모델 혁신과 자산효율화, 일하는 방식의 변화는 각각 개별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면서 “CEO가 이 세가지 요소를 한 방향으로 일치시키고 솔선수범해서 강하게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세미나는 예정 시간을 넘겨 토론이 진행되는 등 그 어느 때 보다 긴장감이 넘쳤다고 한다. 최 회장이 진지한 표정으로 발표 내용과 토론을 끝까지 지켜보는 열의를 보였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그는 특히 의미심장한 발언으로 좌중을 긴장케 했다.

최 회장은 “혁신은 말로만 해선 안 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뒤 각 계열사 CEO들을 향해 “글로벌 사업이 성과를 보이기 위해서는 사업을 담당하는 임직원만이 아닌 CEO나 CEO 후보군이 직접 글로벌 현장에 나가야 한다. 성과가 나오기 전까지 돌아오지 않겠다는 각오로 임해달라”고 주문했다.

현장경영을 강조한 것이다. 최 회장의 이날 발언은 전례 없이 강한 것으로, 그만큼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그룹이 더 이상 내수에 의존할 수 없게 된 상황과 무관치 않다.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그룹을 움직이는 삼두마차의 미래는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원유를 생산하는 중동에서조차 자체 정유시설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있고, 통신시장에선 단가하락 압력과 경쟁사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에 견줄 수 있는 글로벌 1위 기업에 도전하려면 뼈를 깎는 기술혁신을 이뤄내야만 한다.

최 회장은 세미나 마지막 날인 13일 테드 방식의 강연을 통해 SK 전 구성원이 지녀야 할 덕목으로 ‘패기’를 강조하기도 했다. ‘더 큰 행복을 만들기 위해서는 높은 의욕수준을 바탕으로 기존의 관행을 깨고 과감하게 실행하는 패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메시지였다.

그는 임원세미나를 마치면서 통상하던 본인의 클로징멘트를 생략하고, 각 CEO들의 각오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한다. 자신의 말 한마디로 혁신이 완성될 리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최 회장과 SK가 앞으로 어떤 혁신을 실천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윤재섭기자@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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