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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치원 온라인 추첨요? 별로…” 시큰둥한 학부모들
-”학부모 불편 덜어준다지만…큰 기대 안해” 반응
-교육부, 유치원 온라인추첨 출발부터 ‘삐걱’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학부모의 불편을 덜어준다며 정부가 다음달부터 시행하기로 한 유치원 입학 선발 시스템 ‘처음학교로’가 출발도 하기 전에 삐걱대고 있다. 대다수 사립유치원들이 졸속 정책이라며 보이콧을 선언한 가운데 기대감을 보였던 학부모들마저 실망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교육부는 다음달 1일 처음학교로 홈페이지(www.go-firstschool.go.kr)를 개설해 유치원 접수와 추첨, 등록을 온라인에서 모두 할 수 있는 ‘원스톱’ 시스템을 마련한다고 발표했다. 서울과 세종, 충북 관할 유치원들부터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사진=헤럴드경제DB]

일일이 여러 유치원을 방문해 원서를 내고 추첨일에도 직접 추첨 현장에 가야 했던 학부모들의 불편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로그인만으로 원하는 유치원 3곳까지 접수할 수 있고, 추첨 결과 확인과 등록도 온라인에서 가능해졌다.

하지만 사립유치원들은 발표 직후 전면 불참을 선언했다. 국공립 유치원 쏠림현상이 온라인으로 그대로 옮겨와 재현될 것이라는 게 이유다. 서울의 경우 879개 유치원 중 공립유치원은 202개(23%), 사립유치원은 677개(77%)로 사립유치원이 압도적으로 많다. 사립유치원이 모두 불참하면 ‘처음학교로’ 취지와 의미는 시작부터 퇴색될 우려가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교육부는 부랴부랴 당근책을 내놓았다. 교육부가 12일 사립유치원 참여를 유도하며 내놓은 인센티브는 ▷기관 표창 ▷소방시설 설비 재정지원 ▷ 정부의 적극적인 유치원 홍보 등이었다. 하지만 사립유치원은 여전히 냉랭하기만 하다.

4000여 사립유치원이 가입돼 있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김득수 이사장은 “정부가 인센티브를 내놓은 것 자체가 정책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드러내는 것이다”며 “국공립 유치원 쏠림이 온라인에서도 똑같이 이뤄질 게 뻔하다. 본질은 외면한 채 정부의 모순된 정책을 땜질식으로 처방을 하는 제도에 절대로 동참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부모들도 혼란스럽다. 처음엔 일부러 시간내고 발품팔지 않아도 된다며 반겼던 학부모들이 사립유치원들의 불참 소식에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내년에 자녀를 유치원에 보낼 예정인 학부모 A씨는 “우선은 3곳 모두 국공립유치원을 지원할 예정인데, 여기서 떨어지면 온라인 등록을 안한 사립유치원에 직접 가서 접수해야 하지 않나. 결국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다 돌라는 얘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립유치원들은 온라인에서도 미달될까봐 걱정해서 참여를 안하는데, 학부모들이 3곳을 다 국공립에 지원하지는 않을 것이다”며 “정부가 처음으로 개별 사립유치원을 홍보해 주고 지원도 할 예정이다. 200곳은 참여할 것으로 본다. 한유총도 직접 만나 정부의 취지를 적극적으로 설득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사립유치원 측은 정부가 국공립 수준으로 재정지원을 하지 않는 한 움직이지 않겠다며 버티고 있다. 현재 교육부가 국공립유치원에 지원하는 금액은 원아 1인당 매달 98만원이다. 반면 사립유치원 지원 규모는 31만원으로 국공립의 3분의 1 수준이다.

서울시교육청과 한유총, 학부모들은 오는 19일 서울시의회에서 유아모집·선발 조례안 관련 공청회에 참석해 ‘처음학교로’ 시행을 놓고 격론을 벌일 예정이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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