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민상식ㆍ이세진 기자] 8조원대 기술수출 신화를 쓰던 한미약품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신약 수출계약 해지 파장과 늑장 공시, 정보 사전 유출 의혹으로 한미약품과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주가가 급락하면서, 임성기 회장 일가의 주식자산 평가액이 일주일새 1조원 넘게 증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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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은 지난달 30일 개장 직후 공시를 통해 독일 제약업체인 베링거인겔하임이 지난해 7월에 사간 내성표적 항암신약(올무티닙)의 권리를 반환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으로 투자심리가 급랭하면서 한미약품 주가는 당일 18.06% 추락한 채 마감했다. 특히 이날 한미약품의 공매도 수량은 10만4327주로 한미약품이 상장된 2010년 7월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미약품의 지분 41.37%를 보유한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주가도 지난달 29일 13만9500원에서 이달 7일 9만1900원으로 34.1% 떨어졌다. 한미사이언스의 시가총액은 8조1314억원에서 5조3568억원으로 2조7746억원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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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슈퍼리치팀이 집계한 ‘한국 100대 부호 리스트’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의 지분 34.91%를 보유하고 있는 임성기(76) 한미약품 창업주 겸 회장의 지분 평가액은 지난달 29일 2조8388억원에서 이달 7일 종가 기준 1조8742억원으로 일주일 새 1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임 회장의 주식자산은 2013년 6월 28일 2724억원에서 2014년 6월 27일 3275억원으로, 2015년 7월 2일에는 3조2728억원으로 뛰며 2년여간 3조원이 증가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스펙트럼(3월), 일라이릴리(3월), 베링거인겔하임(7월), 사노피(11월), 얀센(11월), 자이랩(11월) 등 다국적 제약사 6곳과 총 8조원 규모에 달하는 ‘기술 신약 수출 계약’을 맺으며 이른바 대박을 터뜨렸다.

덕분에 한미약품과 이를 지배하고 있는 한미사이언스의 주가는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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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28일 베링거인겔하임의 기술수출 계약이 공시되고 다음 날 주가는 오전 중 10%대로 치솟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연달아 사노피, 얀센에 지속형 당뇨신약 포트폴리오 ‘퀀텀 프로젝트’와 당뇨ㆍ비만 치료 바이오신약을 각각 총 39억유로와, 9억1500만달러에 기술수출하고, 중국 자이랩에 폐암신약을 8500만달러에 기술수출했다.

이와 함께 임 회장의 주식자산도 급등했다. 지난해 10월 2일 종가 기준 2조8585억원이었던 임 회장의 지분평가액은 사노피와의 계약 발표 직후인 지난해 11월 6일 3조6871억원으로 뛰었다.

임 회장 일가의 주식자산 평가액도 최근 감소했다.

한미사이언스 지분 3.59%를 보유한 임 회장 장남 임종윤(44) 한미사이언스 사장의 지분평가액은 이달 7일 기준 1925억원으로 평가된다. 임 사장의 주식자산은 2013년 6월 28일 277억원에서 지난해 11월 6일 3656억원으로 3300억원 넘게 급증했다.

장녀 임주현(42) 한미약품 전무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3.54%를 소유하고 있다. 임 전무의 주식자산 평가액은 이달 7일 기준 1895억이다. 한미사이언스 지분 3.13%를 보유하고 있는 차남 임종훈(39) 한미IT 대표의 주식자산은 이달 7일 기준 1678억원으로 평가된다. 임 전무와 임 대표의 한미사이언스 주식자산은 지난달 23일 기준 각각 2805억원과 2483억원에서 1000억원 정도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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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기 회장의 세 자녀는 특히 비상장사 한미IT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임종윤, 임종훈, 임주현의 한미IT 지분율은 각각 34%, 36%, 21%이며, 자본총계를 기준으로 집계한 이들의 지분평가액은 각각 최소 1212억원, 1283억원, 748억원으로 추산된다.

임 회장의 손자ㆍ손녀 7명의 주식자산도 크게 줄었다. 2003년 태어나 2005회계연도부터 한미사이언스 주주로 등장한 임모(13) 군과 2004년 출생한 김모(12) 군 등 6명의 지분평가액 합계는 이달 4일 기준 4500억원이다. 이들 7명의 지분평가액은 지난해 10월 2일 기준 5820억원에서 지난해 11월 6일 7509억원으로 한달새 1700억원 가까이 늘어난 바 있다.

한편, 국민연금공단은 최근 악재성 정보를 늑장 공시해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는 한미약품의 불법행위가 확인되면 한미약품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이달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밝혔다.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베링거인겔하임과 맺은 계약이 종료되었다는 악재성 공시로 지난 9월 29일 기준 주당 62만원에서 10월 5일 기준 주당 45만7000원으로 주가가 하락했고, 이 때문에 국민연금은 약 1500억원대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김광수 의원은 악재성 공시가 나온 지난달 30일 공교롭게도 국민연금의 한미약품 지분율이 2.69%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위탁운용사들이 사전에 정보를 미리 알고 처분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래픽. 이해나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