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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도 집값 하이킥 “손자에게 집 물려주자”
[헤럴드경제] 뛰는 집값은 영국도 마찬가지다. 오죽했으면 자녀 대신 손주 세대에 집을 물려주자고 정부 관계자가 앞장설 정도다. 이러다보니 부모가 아니라 조부모를 잘 만나야 하는 세상이 왔다는 얘기도 들린다.

9일(현지시간)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지난주 열린 집권 보수당 전당대회 한 모임에서 개빈 바웰 주택부 차관은 자신의 75세 모친이 75만 파운드(약 10억3000만원)의 주택 등 부동산을 자식들이 아닌 손자 5명에게 남겨주기로 했다며 상속권을 손주세대에 주자고 제안했다.

그는 “자식들이 우리보다 잘 살기를 바라는 게 인지상정이다. 지금 상황을 볼 때 우리 자식들이 집을 소유할 가능성이 우리보다 훨씬 적다”면서 “젊은 세대에 닥칠 시련이 커서 무엇이라도 해야할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자신의 제안이 주택난과 세대 간 불평등 문제 등을 완화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그는 부유한 조부모를 만나야만 집을 얻거나 더 좋은 집에 살 수 있는 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다는 말도 덧붙였다.

바웰 차관의 제안은 영국의 주택시장 마비로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테리사 메이 총리의 발언에 이어 나왔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런던의 집 한 채 값은 평균 48만5000파운드(약 6억6600만원)에 달한다. 100만 달러(약 11억700만원)로 사들일 수 있는 고급 주택가의 주택 면적은 25.2㎡로, 모나코(15㎡) 홍콩(20.6㎡)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으로 비싸다. 

게다가 고령층이 막대한 부동산을 차지하고 있다. 연금 퇴직자 금융 자문업체인 ‘에이지 파트너십’의 조사에 따르면, 55세 이상이 소유한 부동산의 가치는 무려 1조5000억 파운드(약 2059조원) 규모다. 이런 주택난 탓에 영국 젊은 세대의 ‘내집’ 마련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연금 생활자들의 단체인 ‘사가’의 폴 그린 국장은 바웰 차관의 발언에 대해 “연금 생활자들은 누군가의 조언을 듣기 싫어한다. 유산을 자식이든 손자에게든 물려줄 것인지는 당사자가 정할 일이다”면서도 “조부모가 힘들게 모은 재산으로 손자들의 학비나 승용차ㆍ주택 구입 등을 도와준다는 걸 알고 있다. 부모가 아니라 조부모를 잘 만나야 하는 세상이 됐다”고 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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