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급매라니요? 매물 자체가 없습니다. 시장은 대책과는 무관하게 흘러갑니다.”(압구정동 D공인중개소 관계자)
서울시의 압구정 아파트 지구의 지구단위계획 전환 발표 다음 날인 지난 8일 현지 중개소에선 예상과 달리 “실망 매물 출회, 가격 조정은 없다”고 일축했다.
시는 압구정, 서초잠원, 여의도 등 1970년대 노후 아파트 지구를 지구단위계획으로 전환해 재건축 사업에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다. 앞서 지난 7일 압구정 지구단위계획 전환을 먼저 알렸다. 강남구가 재건축 사업 속도가 1~2년 지연된다며 반발했지만 압구정 재건축 아파트 투자 수요 흐름은 견조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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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구정 지구단위계획 상 공원부지 기부채납으로 실망 매물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 압구정 구현대 아파트의 모습. 하지만 저금리 기조 속에 가격은 꺾이지 않고 있다. ［사진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
10일 현지 중개소들에 따르면 ‘최고층수 35층 이하’ 등 정비계획이 예상을 벗어나지 않은 수준이고, 랜드마크 구역 설정 등 오히려 큰 그림이 개발이 가능해져 장기적으로 호재라는 분석이다. 구현대와 신현대 모두 상대적으로 덜 오른 대형 평형을 중심으로 거래가 일어나고 있다.
A공인 중개소 이진영 대표는 “중소형이 2006~2007년 전고점을 넘은데 이어 최근에는 대형 가격도 움직이고 있다”며 “최근 구현대 1ㆍ2차 10동 한강변 65평(전용 196㎡)이 사상 최고가인 31억7000만원에 거래됐다”고 말했다.
10일 기준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실거래가를 보면 같은 단지 같은 면적의 이전 최고가는 2007년 3월에 신고된 30억원이다. 이 대표는 “구현대 10차 대지지분 17.7평 매물은 서울시 발표 전 17억7000만원에서 발표 뒤 18억원으로 호가가 더 올랐다”고 했다.
상반기 가파르게 오른 개포주공1단지의 가격도 조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개포동 J공인 중개소 대표는 “가격이 많이 올라 매물을 찾는 사람이 줄고 있지만 호가는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7일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전용면적 3.3㎡ 당 평균 4012만원으로 4000만원대에 첫 진입했다. 초저금리 시대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금이 강남3구 재건축 아파트로 몰려 가격을 끌어올렸다.
압구정동, 개포동이 있는 강남구가 10월 현재 3.3㎡ 당 4351만원으로 최고다. 서초구는 지난달 23일 처음으로 4008만원으로 4000만원대에 들어선 뒤 4109만원을 기록 중이다. 송파구는 3106만원까지 올랐다.
대부분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의 시세는 2006년의 전고점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개포주공 1단지(5040가구)는 현재 3.3㎡당 시세가 무려 8033만원에 달했다. 이주가 임박한 개포주공 4단지가 3.3㎡당 7774만원, 서초구 반포 주공1단지가 7212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런 추세라면 재건축 아파트 평당 1억원 시대도 머지 않아 보인다.
KB국민은행의 9월 주택동향을 보면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말 대비 2.7%, 지난해 동월 대비 4.24% 각각 올랐다.
특히 한강 이남(강남) 11개구의 9월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7억1684만원을 기록, KB국민은행 조사가 시작된 2008년 12월 이해 처음으로 7억원을 넘었다. 올 들어 2월을 제외하고 강남 11개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양천ㆍ강동ㆍ영등포ㆍ동작ㆍ강서ㆍ관악ㆍ구로ㆍ금천구) 아파트 중위가격은 매월 100만~1300만원씩 상승을 지속했다. 특히 8~9월에만 3400만원 뛰었다. 이는 2~9월까지 전체상승분(5469만원)의 60.2%로 하반기 들어 상승폭이 가팔랐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가을 이사철까지 겹치는 상황이어서 올 가을 시장의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jsha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