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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양, 그토록 화려한 도시…18세기 한중일 도시 풍경은
국립중앙박물관 ‘도시 속 미술 미술 속 도시’展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도시는 화려하다. 18세기 서울도 그러했다.

조선의 수도 한양에 대해 박제가(1750~1895)는 ‘성시전도응령’(城市全圖應令)이라는 시에서 “즐비하게 늘어선 기와집 4만 호. 물결 속에 방어와 잉어가 숨어 있는 듯하네. 화공은 털끝같이 세밀하게 그려 넣으려는 생각에 돋보기로 비춰보듯 종이 위에 줄여 담았네”라고 묘사했다.

조선시대 후기 서울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비슷한 시대 중국 쑤저우(蘇州)와 일본 교토(京都)의 모습은 덤이다. 

조선은 17세기부터 급격한 도시화와 상업화를 겪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도시에서 펼쳐진 이 같은 변화상을 살펴보는 특별전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을 5일부터 기획전시실에서 연다.

11월 23일까지 이어지는 특별전에는 국내외 약 30개 기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물 370여 점이 공개되며, 18세기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였던 1930년대까지의 미술을 4부로 나눠 보여준다.

먼저 1부 ‘성문을 열다’는 도시의 조감도 같은 회화를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서울의 이상적 모습을 그린 ‘태평성시도’를 비롯, 중국 랴오닝성박물관이 출품한 16세기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와 18세기 ‘고소번화도’(姑蘇繁華圖), 17세기 일본에서 완성된 ‘낙중낙외도’(洛中洛外圖)까지 만날 수 있다.

청명상하도는 명나라 시기 쑤저우의 모습을 담았다. 6미터에 이르는 긴 두루마리에는 변경을 흐르는 변하를 사이에 두고 교외의 자연풍광에서 시작해 배다리-성문-시가지 등이 순서대로 보이고, 각종 상점들과 상인, 우마차 및 군중들이 붐비는 도시의 모습을 생생히 재현했다. 고소번화도는 청나라 강희제, 건륭제 연간에 번영을 누리며 고급 예술문화를 선도한 쑤저우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4800여명의 인물과 배 300여 척, 건물 2600여개, 다리 40여개가 묘사됐다.

낙중낙외도는 교토의 중심가와 교외 경관을 그린 풍속화다. 당시 교토 시가지는 가미교(上京)와 시모교(下京)으로 나뉘는데, 우측에는 사모교를 좌측에는 가미교를 중심으로 절과 신사, 산들을 그렸다. 다양한 축제와 행사를 한 화면에 묘사했고, 화면 곳곳엔 교토의 명소나 궁궐과 같은 거대 건축물, 상업 수공업 종사 서민, 무사, 승려 등 다양한 계층을 생생히 그렸다. 

‘태평성시도’는 번화한 도시의 상업활동과 소비, 문화와 유흥의 중심지로서 한양의 면모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중국의 ‘청명상하도’나 일본의 ‘낙중낙외도’와 가장 큰 차이는 실제 도시경관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당시 조선이 지향했던 이상적 도시의 모습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태평성시도엔 약 2120명의 사람이 등장하며, 건설 농경, 군사 등 생업에 종사한 사람들,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 대규모 행렬과 이를 구경하는 사람까지 실감나게 묘사됐다. 


한편, ‘청명상하도’와 ‘고소번화도’는 이달 23일까지만 진품이 전시된다.

2부 ‘사람들, 도시에 매혹되다’는 도시에서 벌어진 다양한 풍속에 초점을 맞춘다. 조선을 대표하는 화가인 김홍도와 신윤복의 풍속도 화첩이 나란히 진열돼 눈길을 끈다.

3부 ‘미술, 도시의 감성을 펼치다’는 더욱 감각적이고 화려한 예술을 선호하게 된 도시민의 취향을 다룬다.

선비의 기개를 표현하는 매화도는 그 자체만으로도 화려함과 완성미를 자랑하고 (조희룡 홍백매도), 책장에 책이 꽂혀있는 모습을 그린 책가도에서는 진귀한 상품을 보는 안목과 그것을 소장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콜렉터’로서의 조선시대 중인의 면모를 만날 수 있다.

마지막 4부인 ‘도시, 근대를 만나다’에서는 개항과 더불어 쏟아져 들어온 새로운 사조와 문물이 미술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보여준다.

이수미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장은 “지금까지 개최된 조선시대 회화전은 대부분 궁중 기록물, 행사도, 초상화 등 왕실과 사대부의 그림을 조명했다”며 “이번 전시는 미술을 제작하고 후원하는 사람이 중간계층까지 확대되고, 그들이 더욱 풍요로운 문화가 꽃피웠다는 점에 주목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달부터는 ‘휴관 없는 박물관’ 시행에 따라 쉬는 날 없이 전시가 열린다. 다만 오는 24일은 전시물 교체로 휴관한다. 입장료는 성인 5000원.
vicky@heraldcorp.com

<사진설명>

장승업, 홍백매도(紅白梅圖), 종이에 엷은 색, 개인소장

서양, 고소번화도(故蘇繁華圖) 일부, 중국 청 1759년, 종이에 색, 랴오닝박물관 1급 국가문화재, 36.5ⅹ1261.0cm

작가미상, 태평성시도(太平城市圖) 일부, 조선 18세기, 비단에 색, 113.6ⅹ49.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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