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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드로이드혈맹’ 협력자에서 경쟁자로 등돌린 삼성과 구글
[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삼성과 구글의 안드로이드 혈맹에 금이 가고 있다. 삼성과 구글은 지난7년간 반(反)애플 전선을 이뤄 안드로이드 진영 스마트폰 시장을 거대하게 키운 주체다. 균열 조짐은 2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양사는 운영체제(OS), 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IoT) 등 신성장사업에서 미묘한 긴장관계를 노출하기 시작했다. 구글은 스마트폰를 직접 만들겠다는 야심도 드러냈다. 사실상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전 분야에서 양사가 길목마다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됐다. 삼성과 구글이 협력자에서 경쟁자로 돌아선 순간이기도 하다.

구글은 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스마트폰 ‘픽셀’과 ‘픽셀XL’을 공개했다. 이는 ‘구글이 만든(Made by Google)’ 첫번째 폰이다. 픽셀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구글이 손수 제작했다. OS로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7.1이 탑재됐다. 생산만 대만업체인 HTC가 맡았다. 애플이 팍스콘에 아이폰 생산을 맡기는 방식과 유사하다.

픽셀폰은 구글이 스마트폰 시장 전략이 확 달라졌음을 시사한다. 그동안 구글은 ‘넥서스’ 브랜드로 스마트폰을 내놓았다. 넥서스는 구글이 소프트웨어를 맡고 제조업체는 하드웨어를 만드는 협업 방식이다. 넥서스는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기준을 제시하는 ‘레퍼런스폰’에 그쳤다. 중저가폰으로서 점유율도 안드로이드 진영 제조사들을 위협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픽셀폰은 얘기가 다르다. 픽셀은 구글이 OS와 애플리케이션, 디자인, 설계 등 모든 걸 직접 만든 폰이다. 가격도 649~769달러다. 아이폰7시리즈와 똑같은 가격이다. 이는 구글이 프리미엄폰 시장을 정조준했다는 뜻이다. 당장 삼성전자와 애플의 라이벌이 되긴 힘들지만 중장기적인 타격은 불가피하다. 픽셀폰에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을 직접 통제하겠다는 포석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 이후 스마트폰 채택률에서 구글의 ‘넥서스 6P’가 847% 증가해 반사이익을 톡톡히 챙긴 것도 삼성으로선 달갑지않은 시그널이다. 

양사 경쟁은 갈수록 날이 서는 모양새다. 이날 구글은 데이드림 VR 헤드셋도 공개했다. 가격은 삼성의 ‘기어VR’보다 20달러 싼 79달러다. 앞서 구글은 지난5월 모바일OS를 개방해 스마트폰시장을 장악했던 전략을 그대로 본딴 VR플랫폼 데이드림을 공개한 바 있다.

작년 5월에는 삼성전자가 IoT 기반 기술 ‘아틱’을 내놓자 구글은 IoT 기반 기술 ‘브릴로’와 ‘위브’를 맞섰다. 같은해 8월 삼성전자가 모바일결제시스템 ‘삼성페이’를 내놓자 구글은 ‘안드로이드 페이’로 받아쳤다.

워싱턴포스트는 “구글이 픽셀폰을 기점으로 오랜 파트너였던 삼성 등이 선점한 시장에 뛰어들었다”면서 “소프트웨어 최강자인 구글이 스마트폰과 VR 등 하드웨어를 생산하려는 것은 주도력을 확장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권도경 기자 / 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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