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창(矛)도 방패(盾)도 모두 빛났다. 강정호는 팀의 3타점 모두를 책임졌고, 상대팀 오승환은 8회 역전 후 절체절명의 위기를 상처 없이 매조지하며 끝내 웃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강정호(29)는 1일(현지시간) 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방문 경기에서 5번 타자 3루수로 출전해 1회 선제 3점 아치를 그렸다.
1회라 등판 할 지 말 지도 모르던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도 덕아웃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강정호는 0-0이던 1회 2사 1, 2루에서 카디널스 선발 투수 마이클 와카의 체인지업을 걷어올려 좌중간 펜스를 넘겼다. 뒤늦게 합류한 이번 시즌 타점 62개.
아시아인 내야수 최초 메이저리그 20홈런을 달성한지 엿새 만에 홈런을 추가한 강정호는 정규리그 끝판에서 추신수가 갖고 있는 한국인 빅리거 최다 홈런기록(22개)에 도전한다.
하지만, 이날 경기의 끝판은 오승환의 것이었다. 강정호가 쫓아낸 세인트루이스 선발투수 대신 2회부터 올라온 트레버 로젠탈이 피츠버그 타선을 묶는 사이, 오승환 등판의 기운이 무르익었다.
6회말 세인트루이스는 연속안타와 상대투수의 폭투, 적시타, 희생플라이를 묶어 3점을 뽑았던 것. 8회말에는 저코가 우월홈런을 터뜨리며 기어코 1점차 역전을 해내고 말았다.
8회초 수비 때부터 불펜에 들어가 상황변동을 주시하던 오승환은 ‘별 탈’ 없이 피츠버그의 공격이 끝나자, 9회에 마운드에 올라 첫타자 강정호를 맞았다. 지난 대결에서 홈런을 허용했던 오승환은 패스트볼 2개로 0-2 유리한 카운트를 확보한 뒤 1-2에서 5구째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오승환은 투아웃 후 연속 안타를 맞아 2, 3루 위기에 몰렸지만 왼손 타자 페드로 플로리몬을 풀 카운트 접전 끝에 뜬 공 처리하며 대역전극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날 승부로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지고, 세인트루이스가 이기면 두팀이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진출팀 결정전을 치르게 된다. 오승환이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