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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00년전 교황 “고려에 그리스도인 돌봐줘 고맙다” 충숙왕에 서한
[헤럴드경제] 약 700년전 로마 교황이 고려 제27대 충숙왕에게 보내는 서한의 필사본이 발견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실로 밝혀질 경우 고려가 당대 유럽과도 상당한 교류가 있었음이 증명될 것으로 보여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 다큐멘터리 영화 ‘금속활자의 비밀들’(우광훈 감독) 제작팀은 지난해 8월 바티칸 비밀문서 수장고에서 이 서한의 존재를 확인하고 이를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다큐 제작팀은 동양의 금속활자가 유럽으로 흘러간 흔적을 찾던 중 이 자료를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라틴어로 된 이 편지에는 놀라운 내용이 담겨있다. 교황 요한 22세가 쓴 것으로 ‘존경하는 고려인들의 국왕께’로 시작된다. 또 편지에는 “왕께서 그곳(고려)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잘 대해주신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무척 기뻤습니다”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한반도 최초의 유럽인은 1594년 임진왜란 때 스페인 출신 세스페데스 신부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교황청 사제들이 고려에 직접 건너갔다는 점을 시사하는 문구가 담겨 있어 역사책이 다시 쓰여질 판이다.

또 이 서한이 작성된 시점은 1333년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인 고려의 직지심체요절(이하 ‘직지’)이 발행되기 44년 전이다. 양측 간 교류가 내내 지속됐을 것임을 전제한다면 고려의 금속활자가 1455년 활판 인쇄에 성공한 구텐베르크 금속활자에 직·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는 가설을 성립케 한다고 제작진을 밝혔다.

이 편지가 그러나 당시 제대로 전달됐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전달 임무는 당시 니콜라스라는 사제가 맡았는데, 그는 베이징으로 향하는 도중 사라졌다.

제작진은 “바티칸 비밀 수장고에는 일반인이 출입할 수 없고 서한 필사본도 양피지로 만들어져 700년 가까이 지났지만, 보관 상태가 양호했다”고 설명했다.

세계종교평화협의회도 지난 6월 말 바티칸기록원에서 고문서 담당 엔리코 플라이아니 박사를 만나 요한 22세가 고려왕에게 보내는 라틴어 서신을 확인하고 두 장짜리 사본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 관계자는 “지난달 바티칸기록원으로부터 우편으로 서신의 사본을 전달받았다”라며 “서신 내용은 현재 번역 중이며 앞으로 교황청과 협의를 통해 서신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속활자의 비밀들’은 국제 다큐멘터리에 출품이 예정됐으며 내년 상반기 국내 극장개봉도 추진될 것으로 알려졌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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